'대책위' 주민 육탄저지, 공사 차질...'주민위'측 "대다수는 공사재개 찬성"

밀양역에서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져 있는 경남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평소 같으면 여느 평온한 농촌과 다를 바 없을 터이지만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공사가 재개된 20일은 오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을 입구부터 경찰들이 막아서 있었고, 5분여간 산비탈을 오르자 ‘765kV 죽음의 송전탑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시야를 막아선다.
이날 공사가 재개된 6곳 가운데 한곳인 단장면 89번 송전탑 건설 현장에 투입된 대형 포크레인은 일부 주민들에 막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공사를 위해 투입된 인력들도 일손을 놓고 앉았다.
‘765kV out’이라고 쓰여진 조끼를 입은 주민 10여명 중 일부는 쪼그리고 앉아 사과를 쪼개 먹고 있었고, 일부 할머니들은 신문지를 깔고 포크레인 앞에 아예 드러 누웠다. 인근 동화전마을에서 새벽 5시부터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나온 이들 주민 대부분은 50대 이상 연령층이었다.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거셌다.
“돈도 없는 우리는 약자다. 정부가 개인 재산을 보호해 줘야할 것 아니냐, 이건 강제로 북한도 아니고...”
“신고리원전은 전체 전기의 1.7%밖에 안되는데. 전국에서 이쪽 전기만 쓰고 있습니까? 정부는 밀양주민 때문에 전력대란이 오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과 합의도 하기 전에 무작정 철탑을 지어놓고 다른 지역에서 건설 완공됐으니 이곳에서 하라는 것은 옛날 개발독재방식과 다를게 뭔가"
이날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주민 100명이 나뉘어 송전탑 공사 재개 저지에 나섰다. 6곳의 공사장중 4곳에선 이날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단장면 인근의 자재 야적장에는 지난해 9월24일 공사가 중단된 이후 반출되지 못한 송전탑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곳곳에 거미줄이 드리워 스산한 느낌을 더했다.
12월 가동될 예정인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영남 지역까지 연결하는 송전탑 총 161기 중 완공되지 않은 곳은 52곳. 공사를 반대하는 밀양 지역 주민들의 반대는 요지부동이다.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가 주민들의 의사를 대표하고 있을까? 현지 분위기는 좀 달랐다. 밀양시 5개면 '주민대표위원회' 4명을 만났다.
주민위는 송전탑이 지나가는 밀양시 5개면에서 3명씩 나온 주민대표 단체. 밀양지역 765kV 송전탑 건설 반대대책위원회의 주장이 전체 밀양 주민의 의견으로 비춰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지난 3월 발족했다.
김상우 주민위 실무위원(44)은 “대부분 주민들은 건설을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반대위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서 70m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위 회원은 “우리가 신고리 원전에서 만드는 전기 못쓰게 막아서 전국이 '블랙아웃'되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밀양사람들은 전기 안 씁니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주민위에 따르면 밀양지역 송전탑은 지나가는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은 한전과 이미 합의가 이뤄졌다. 김 위원은 “언론에선 밀양주민 전체가 반대하는 것처럼 나오는데 절대 아니다. (합의가 안된) 나머지 15개 마을에서도 주민 80% 이상이 찬성한다.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이 나서기 때문에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전이 제시한 보상안에 대해 밀양시도 수용하는 입장이고 현지 주민 대부분도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은 이날 올 겨울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해 9월 중단됐던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을 8개월 만에 재개했다. 밀양 단장면, 상동면, 부북면 송전탑 건설 현장 6곳에 약 90명의 공사 인력을 투입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