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코믹스' 창간… "만화도 '상업적' 결과물 나오게"

"밤을 꼬박 새우며 '미생' 원고를 송고한 다음날은 웹툰 아래 달린 댓글을 하나하나 읽느라 늘 잠이 부족했다."
만화가 윤태호 작가는 성실한 '청자'다. 그가 146회에 걸쳐 웹툰 '미생'을 연재하면서 직장인 등 많은 독자들로부터 직장생활을 잘 반영했다는 공감을 이끌어낸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평생 한 번도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은 덕택이다.
윤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회사생활을 그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기업 종합상사의 직장인들을 만나 취재를 하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을 만화에 옮기려 했다면 당시 나의 감정이 이입돼 스토리 속에 공감을 '강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반 사원부터 부장, 임원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흡수하듯 경청한 덕분에 미생을 무사히 완결할 수 있었다."
미생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취재원들의 정성스런 대답이 80%의 역할을 했다면 나머지는 웹툰 아래 '주렁주렁' 달린 댓글의 덕이다. 윤 작가는 "댓글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스토리 전개가 충분한 이해를 도울 정도의 속도를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에이코믹스의 시작에 가속도를 더했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미생 1부를 마친 뒤 대중문화 평론가 김봉석씨와 함께 만화 전문 리뷰 웹진 '에이코믹스'를 창간했다. 또 다른 웹툰 '인천상륙작전' 등으로 인한 빠듯한 일정속에서도 가장 우선순위를 에이코믹스에 뒀다.
윤 작가는 에이코믹스를 만화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작은 만화에 대한 소개,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 오가는 공간이 되겠지만 점차 만화와 어울리는 음악이나 음식이야기, 만화 속 배경이 된 거리나 식당 이야기 등 그야말로 만화로 시작된 '잡다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
윤 작가는 "최근 들어 만화는 게임부터 시작해 드라마, 뮤지컬, 영화까지 2차 부가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데 여전히 만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사회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는 점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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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생'에서 인턴사원 장그래의 아이디어로 요르단 사업이 성공했지만 장그래의 삶은 변하지 못했던 공고한 유리천장과 같은 게 문화계에도 있어왔다는 의미다.
윤 작가는 "영화 장르는 이미 상업영화 타이틀을 달고 흥행을 위해 만들어지고, 관련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는 것처럼, 만화와 만화가들도 '상업적'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생'의 흥행은 주인공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와 상품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동양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온라인 배너광고에 미생 주인공들이 나서기도 하고, 미생의 문구와 주인공 이름이 새겨진 종이컵, 이력서, 과자, 레쓰비 캔커피 등이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윤 작가는 에이코믹스도 사용자 중심의 '상업 사이트'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생'은 결국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상사의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가, 그 안에서 직장인들은 자신의 삶에 어떻게 책임지며 회사라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가에 대해 보여주려 했다. 마찬가지로 만화 산업의 사람들의 '노력'도 에이코믹스를 통해 보이고 싶다" 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작가는 만화콘텐츠가 점차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만큼 언젠가 새로운 책을 소개하는 신문 코너에 만화 단행본 출시도 소개되는 날도 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 했다. "영업 3팀이 즐겨 보던 '머니투데이'에서 가장 먼저 소개해줄 수 있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