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램 가격, 전분기보다 110~115% 상승..AI 메모리 필요 용량 지속 증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가파른 가격 상승세의 영향이다. 데이터센터와 AI(인공지능) 가속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제조사가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올해 1분기에만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2배 가량 올랐고,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용 D램의 평균 계약(고정거래) 가격은 전분기보다 110~115% 상승했다. 직전분기 상승률(38~43%)보다 인상 폭이 더 확대된 것이다. 계약가격은 삼성전자(191,600원 ▲19,400 +11.27%)와 SK하이닉스(941,000원 ▲92,000 +10.84%),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와 고객사가 공급 계약을 맺을 때 결정되는 것으로 메모리 업체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메모리 공급 협상 테이블에서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을 고객사가 수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격보다 물량 확보에 무게를 둔 결과라는 설명이다. 성능과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범용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16Gb(기가바이트)의 지난달 계약가격은 약 30달러로 6개월 전보다 5배 상승했다.
AI 가속기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필요한 메모리의 용량과 속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추론형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메모리는 연산 병목현상을 줄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HBM(고대역폭메모리)뿐 아니라 GDDR(그래픽 D램), LPDDR(저전력D램),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의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지만 공급 제약은 2028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씨티(Citi)에 따르면 64Gb RDIMM(서버용메모리모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450달러에서 올해 1분기 873달러, 2분기에는 1223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용량이 커지고 가격도 오르면서 AI 가속기(XPU)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용 비중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판매법인이 지난해 미국에서만 각각 59조2788억원, 58조6933억원의 매출을 올린 배경이다.
AI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메모리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SSS)의 지난해 매출은 31조954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소재 법인 대상 매출도 19조1362억원으로 전년보다 23.2% 증가했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빅테크 역시 AI 서버와 인프라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AI 칩(ASIC)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일부 자국산 D램을 사용하지만 HBM 등 고성능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회사는 중국에도 메모리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메모리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증권가의 실적 전망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국내 증권가가 예상하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85조원, 158조원이다. 3개월 전과 비교해 규모가 2배 늘었다.
해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맥쿼리가 301조원, 모건스탠리가 290조원, 씨티가 251조원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맥쿼리 272조원, 모건스탠리 179조원, 씨티 190조원이다. 국내·외 증권사 모두 내년 영업이익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물시장에서 D램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계약가격은 앞으로도 상승할 여력이 크다"며 "가격 상승으로 일반 D램의 수익률이 80%를 넘어설 정도여서 메모리 제조사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