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이 신규 투자, R&D(연구개발) 강화로 침체한 수소산업에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새만금에 수소시티 건설 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국내 주요 수소 기업이 R&D 기술 상용화 촉진을 목표로 조합을 신설했다. 다만 성장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예산·세제 지원과 같은 정부 '마중물'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소부장(소재·부품·장비)연구조합(이하 수소연구조합)은 5일 서울 서초동 조합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R&D 성과의 현장 적용·활용 촉진을 목표로 현대차(548,000원 ▲47,000 +9.38%) 등 총 25개 국내 수소 관련 기업·기관이 중심이 돼 조합을 출범했다.
수소연구조합은 '과제발굴–공동기획–R&D–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실행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수소 기술 개발 결과를 조합원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조합원 수요를 수집·분석해 기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개발 과제를 정부에 제안한다. 조합원 대상 표준화·인허가(규제) 대응 컨설팅도 실시한다. 4대 추진 전략으로는 △산업계 주도 R&D 네트워크 구축 △공동과제 기획과 R&D △수소기업 실증·사업화 지원 △수소 전주기 구현 프로젝트 기획·추진을 제시했다.
수소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은 김재홍 한국수소연합 회장이 겸임한다. 김 이사장은 "현장 수요를 바탕으로 기업의 손과 발이 돼 기술 개발부터 실증·표준화·인허가까지 연계한 지원체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수소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소연구조합을 결성한 것은 R&D 체계 개선으로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국내 수소 관련 기업들은 세계 최초의 '수소법'이 제정된 2020년을 기점으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부족한 정책 지원, 과도한 규제에 막혀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수소차·충전소 예산을 삭감하며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꾸준히 기술 고도화, 수익 모델 창출에 속도를 내며 수소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도 대규모 수소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그룹은 총 9조원 규모 새만금 투자 중 1조원은 200㎿(메가와트) 규모 수전해 플랜트 건설, 4000억원은 AI(인공지능) 수소 시티에 각각 투입한다. 2029년 수전해 플랜트가 가동되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이 수소는 수소 시티에서 운영되는 항만장비, 트램, 버스,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의 동력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다만 수소 업계는 민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산업이 성장 초기 단계이고, EU(유럽)·중국·일본 등 주요국도 정부가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사업은 아직까진 정부 예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