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노란봉투 터진다]②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제조 경쟁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쟁의 대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가운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도입 등 첨단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라는 노동쟁의 기준이다. 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이 기준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할 때'로 한정했다. 합병과 분할, 양도, 매각 등 경영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 쟁의의 대상이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정리해고 등 근로자의 지위에 변동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단체교섭이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조합이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노동자의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595,000원 ▼79,000 -11.72%) 노조는 최근 로봇 개발·제조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 계획에 대해 노사 합의 없이는 도입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기업들은 노란봉투법이 시대적 흐름인 공정 첨단화와 효율화에 역행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산업 진출이나 로봇 투입, 공정 전환 등 결정에서 매번 노조의 사실상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지금도 과도한 노사분쟁과 노동생산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데 국내 사업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조 현장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2050년까지 총 10억대 운영되고 시장 규모는 5조달러(약 7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자동차 시장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의 역할을 노동력 대체가 아닌 피로도가 높은 정밀 작업을 수행하고 인간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고부가가치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사들 역시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468,500원 ▼48,500 -9.38%)와 HL만도(57,600원 ▼5,200 -8.28%) 등 주요 부품사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성)를 성장 동력으로 삼고 로봇 액추에이터(구동장치) 사업에 나선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한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교섭 요구와 공정 전환 저지가 현실화될 경우 밸류체인으로 엮인 부품사들 역시 신사업 확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제조업의 노동 리스크는 이미 수치로 증명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4 해외노동통계'에 따르면 2013년~2022년 한국의 임금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노동손실일수는 35.2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0.2일) 대비 176배 높으며 독일(10.1일)과 비교해도 3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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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로봇 도입은 인력의 전환배치를 수반하는 경영상 결정이므로 노란봉투법상 노조의 허락을 받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고용 불안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권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기업 경쟁력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등에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협력적 참여 방식으로 상당 부분 갈등을 해결하는데 반해 한국은 노란봉투법에 따라 서로 총 들고 칼 들고 싸우게 만들어 버린 '파괴적 참여'로 해결 양상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