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엠지]<6> 옛것에 매료된 2030세대

"데이트하러 왔다가 작고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 하나 건졌어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찾은 직장인 정모씨(32)는 한손에 잡히는 작은 목각 인형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인 느낌을 내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형으로 보였다.
정씨는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정씨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됐다"며 "오래된 것들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색적이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올해 초부터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소개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검색량 역시 급증했다. 12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답십리 고미술상가' 검색량은 지난 1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는 젊은 방문객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매장들을 찾았다. 지난해 초부터 개장한 '고복희' '오브'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 등에 사람이 몰렸다.
모두 패션·디자인 업계 종사자들이 고미술품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소개하는 큐레이션식 매장들이다.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 관계자는 "고미술품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제품들을 팔다 보니 젊은 고객층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개장 후 몇차례 연예인들도 다녀가면서 더 알려졌다"고 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1980년대 서울 중구 일대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품 매장들이 모여 단지를 이루며 형성됐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고미술품이나 골동품 수집가, 인테리어 업자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몇 년간은 침체를 겪었다는 것이 상인들 설명이다.
상인들은 올해 초부터 상가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30년간 고미술품 매장 '남강'을 운영한 이영숙씨는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10년 전 가져다 놓은 물건이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을 정도였다"면서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상가 자체가 활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대가 높고 부피가 큰 고미술품 특성상 젊은 층의 방문이 실제 구매로는 잘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이씨는 "젊은 손님들은 구경을 하러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층이 구매할 만한 아기자기하고 저렴한 물건들을 앞쪽에 진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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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인기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실제 구매하지 않더라도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답십리 고미술상가도 러닝이나 두쫀쿠 열풍처럼 하나에 꽂히면 소비하는 이른바 '취향 소비'의 사례"라며 "SNS를 즐기는 젊은 층은 SNS에 올릴만한 특이하고 새로운 취향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발굴해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