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토탈에너지스가 파라자일렌(PX) 공급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간 봉쇄 여파로 원료 수급이 막히면서 생산 축소와 재고 고갈이 동시에 현실화된 영향이다.
16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 13일 고객사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회사 측은 서한에서 "2월 말부터 중동에서 계속되는 무력 충돌과 적대 행위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물류 활동이 심각하게 중단됐다"며 "이 상황들은 회사의 합리적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고객사에 제품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조치다. 기업이 불가항력을 선언할 경우 향후 계약 불이행에 따른 배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가 불가항력을 선언한 PX는 폴리에스터 원료인 PTA(테레프탈산)의 기초 원료다. 섬유와 페트병 생산의 출발점이 되는 핵심 석유화학 제품이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생산량은 연간 200만톤으로, 주요 제품 중 생산 비중이 가장 크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달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지난 3월부터 생산 속도를 낮추고 기존 재고를 활용해 공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재고로 버티던 공급이 결국 한계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원자재 공급 중단이 지속되고 있다"며 "생산 수준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기존 재고 역시 고갈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초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한화솔루션 등이 잇따라 공급 차질을 공식화한 데 이어 한화토탈에너지스까지 약 한 달 만에 불가항력을 선언한 모양새다. 이란 사태가 지속되며 석유화학 제품 공급 쇼크가 확산되는 흐름이다.
이는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란 국영석유화학회사도 최근 공문을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든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중단한다"며 "전쟁 상황에서 국내 산업과 소비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제품의 직·간접적인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관계자는 "PX는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이라 이번 조치가 곧바로 내수 공급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재고를 활용하고 다른 조달 루트를 확보해 국내 고객사 공급에는 문제가 없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