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까지 신고가 거래가 확산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거래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강남3구에서 시작된 매물 증가세가 노원·금천 등 외곽으로 번지면서 매도 대기 물량은 쌓이는 반면 거래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집값 상승 기대를 놓지 않는 매도자와 추가 조정을 기다리는 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가 거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6153건으로 지난달 7만1906건보다 5.9% 증가했다. 성북구가 15.2%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동대문구(13.3%), 마포구(11.0%)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권에 집중됐던 매물 증가세가 비강남권으로 확산하며 서울 전역에서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거래량은 감소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8665건에서 5월 8990건으로 늘었지만 6월 5288건으로 급감했다. 7월 5841건으로 반등한 뒤 8월 3540건, 9월 2422건으로 다시 줄었다. 전국 부동산 매매량도 5개월 연속 감소하며 거래 위축이 이어졌다. 금리 부담과 대출 규제, 세제 불확실성 등이 매수 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서울 외곽·매매가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9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나오면서 서울 집값의 상향 평준화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신고가가 전체 시장의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가 줄어든 상황에서 선호도가 높은 단지의 매매가가 가격 지표를 떠받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인식 차이가 거래 공백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매도자는 추가 상승 기대에 호가를 유지하는 반면 매수자는 높은 가격과 자금 조달 부담을 이유로 매수를 미루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향후 세제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관망세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매물 증가가 강남3구를 넘어 외곽·중저가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강남권의 높은 가격 부담에 밀려 외곽으로 이동했던 수요가 위축되면 매물 증가가 중저가 지역의 가격 상승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가격이 버티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물은 늘지만 매수자는 움직이지 않고 일부 신고가가 시장 가격을 지탱하는 엇박자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