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중 의료바이오 협력 토론회서 규제 개선 촉구…해외 진출 지연·비용 부담 지적
국내 톡신 기업 82.4% 지정 해제 찬성…전문가들 "범용화된 제조기술 보호 실익 재검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제조기술까지 규제로 묶은 탓에 해외 시장에서 합작투자와 현지 생산시설 설립, 기술이전에 불필요한 시간·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중 의료바이오·뷰티산업 협력의 과제와 실천전략' 토론회에서는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와 규제 합리화가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연구개발·품질관리 역량과 중국의 생산 기반 및 시장을 연계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인허가 협력뿐 아니라 국내 기술수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는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과 균주가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생산공정은 2010년, 균주는 2016년 지정됐다. 이에 해당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요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규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기술수출과 현지 생산시설 설립 등을 위한 승인 절차에 평균 4~6개월, 길게는 1년가량이 소요된다"며 "해외 계약 취소와 시장 진입 지연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900억~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규제 해제 요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민교육연합 K-바이오전문가자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 17곳 중 14곳(82.4%)이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 2024년 1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70.5%가 해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경쟁력은 균주나 제조기술 자체보다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는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역량과 인허가 대응, 글로벌 브랜드 및 사업화 역량에 있다"고 강조했다. 균주에 대한 안전관리는 유지하되 이미 상용화된 생산기술에 적용되는 수출 규제는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규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 변호사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은 1960년대부터 알려진 배양·정제 기술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만큼 국가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란저우연구소를 통해 오랫동안 보툴리눔 톡신을 생산해 왔고, 최근에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톡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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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변호사는 국가핵심기술 규제가 해외 합작투자나 생산기지 건설뿐 아니라 완제품 수출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완제품 수출이라도 수입국의 품목허가 과정에서 생산공정 관련 기술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산업부의 기술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보안관리 수준도 엄격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톡신 제조기업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이중항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메신저리보핵산(mRNA), 유전자편집 등 첨단 바이오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이미 범용화된 보툴리눔 톡신 제조기술을 계속 국가핵심기술로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얻는 보호 효과에 비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규제 비용과 해외 사업 기회 상실이 크다며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와 함께 한·중 인허가 협력 강화도 제안됐다. 이 대표는 "산업부가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신속히 검토해야 한다"며 "해제 이전에는 해외 기술수출과 현지 공장 설립 등에 적용되는 절차를 사후신고제나 신속심사 방식으로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간 인허가 자료의 단계적 상호인정과 신속심사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오송과 중국 란저우의 바이오산업 거점을 연계하는 협력사업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정책 건의에는 단순한 심사 기간 단축을 넘어 국가핵심기술 지정 자체를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생물안전 관리는 관련 법률과 보안체계를 통해 유지하되, 상용화된 제조기술에 대한 산업기술 보호 규제는 별도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