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낙태약' 급여화 프리패스? 산부인과 의사들 "순서 뒤바뀐 것" 반발

'먹는 낙태약' 급여화 프리패스? 산부인과 의사들 "순서 뒤바뀐 것" 반발

정심교 기자
2026.10.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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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AP/뉴시스] 9월27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 한 여성이 국제 안전한 임신 중단 권리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1990년 9월 28일,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낙태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시작된 이날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단 접근성을 촉구하는 '행동의 날'로 기념된다. 2026.09.28. /사진=민경찬
[키토=AP/뉴시스] 9월27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 한 여성이 국제 안전한 임신 중단 권리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1990년 9월 28일,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낙태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시작된 이날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단 접근성을 촉구하는 '행동의 날'로 기념된다. 2026.09.28. /사진=민경찬

낙태가 시급한 여성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먹는 낙태약'(임신중지약) 급여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급여화보다 법적 기준과 안전체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반면 국회에선 건강보험 신속 적용 제도인 '직권 등재'까지 거론하면서 잡음이 예상된다.

22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률로 정해야 할 기준과 의학적 안전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화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에게 "복지부 장관 직권으로 임신중지 의약품의 건강보험 직권등재를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건강보험 직권등재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 등이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해당 의약품·의료행위·치료재료를 건보 급여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건보 적용 프리패스'로 불리는 이유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직권등재에 대해서는 법적 요건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약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최근 도입하기로 결정한 임신중지약 '미프진'은 제약사에서 아직 건보 적용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복지부는 제약사의 급여 신청이 이뤄지면 급여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기독교 시민단체인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관계자가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낙태약(미프지미소) 도입 및 판매 합법화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기독교 시민단체인 거룩한방파제통합국민대회 관계자가 9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낙태약(미프지미소) 도입 및 판매 합법화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9.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남 의원은 2023년 일본에서 임신중지의약품 도입 당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이용률이 낮았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도 비용 부담이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약회사의 (급여) 신청에만 맡겨두지 않기를 바란다"며 "장관 직권 등재를 포함해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급여화가 급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급여화는 단순히 약값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당 의료행위의 범위·기준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이라며 "그 결정은 법률과 안전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임신중지(낙태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모체 건강을 위해하거나 강간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김 회장은 "현행 의학적·법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에 급여를 계속 적용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유를 묻지 않는 임신중지까지 급여 대상으로 넓히려는 건 국회가 정해야 할 사항을 행정 절차로 먼저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101인이 함께하는 퍼포먼스'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9.28.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9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101인이 함께하는 퍼포먼스'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9.28. [email protected] /사진=김명년

또 의사회는 임신중지약이 '고위험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에서, 급여화부터 추진하기보다 안전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임신중지약을 투약하기 전, 초음파로 자궁 내 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하지 않으면 자궁외임신을 놓쳐 파열·대량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에 따르면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임신중지약 복용자의 2.6%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했고, 2.9~4.6%는 응급실에 이송됐다.

김 회장은 "임신중지약을 먹고 불완전 유산, 출혈, 감염이 생기면 즉시 자궁소파술 등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가 이어져야 한다"면서 "대면 진료, 초음파 진단, 응급 연계, 사후 추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여부부터 논의하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정부가 안전사용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 산부인과 전문가 단체를 공식적으로 참여시키라고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임신중지약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법적 기준과 안전체계를 먼저 갖추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을 갖춘 제도가 마련되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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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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