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규모 성과급과 배당 지급이 내년 소비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정부의 가계 지원 확대와 환율 하락도 중·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을 높일 전망이다. 다만 가계부채와 건설경기 부진, 증시 조정은 회복을 제약할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자동차·조선업 주요 기업의 성과급은 세전 기준 60조~70조원으로 올해(10조9000억원)의 약 6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지급할 성과급이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성과급 확대가 내년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을 0.1~0.15%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일시소득이 100만원 늘면 소비가 약 11만원 증가한다는 추정에 근거했다. 지급 시기가 연초에 집중돼 소비 진작 효과도 내년 상반기 본격화하고, 회복이 더딘 가구·가전과 음식·숙박, 오락·문화 소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성과급 규모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나 소비할지를 추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성과급이 반복적으로 지급될 경우 소비 효과가 단순한 일시소득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일부가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하고 남는 부분이 금융자산으로 갈지 부동산으로 갈지를 분석한 자료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부동산으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배당 확대도 소비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한은은 삼성전자가 올해 11월 약 30조원의 특별배당에 이어 내년 1분기 이후 40조~60조원의 추가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배당은 시장에서 10조~3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당소득 확대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높이는 효과는 약 0.05%포인트로 추정했다.
성과급과 배당의 직접적인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만큼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한은 관계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에서 먼저 수익을 얻고 생산 유발효과를 통해 소비의 영향이 파급될 것"이라며 반도체 연관 산업의 임금과 가계소득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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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소득층의 소비여력은 정부 지원과 환율 하락을 통해 개선될 전망이다. 한은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토대로 가계 이전지출이 올해보다 20조원 내외 늘어나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0.2~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했다. 연금·퇴직수급자와 아동·출산·양육가구,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반영한 결과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입물가 하락을 통해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 0.35%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구매력 개선폭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0.46%로 상위 20%인 5분위(0.20%)의 두 배를 웃돌았다.
높은 가계부채와 주택건설 부진은 소비 회복의 걸림돌이다. 지난해 부채 보유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6.1%로 전년(189.0%)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주택건설 부진이 가구·가전 수요와 관련 업종의 고용·소득을 위축시키고, 추가적인 증시 조정도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