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약세 속 주주환원 확대…솔리다임 상장 아쉬움도

SK하이닉스(1,487,000원 ▲146,000 +10.89%)가 연간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힘입어 현금 창출력이 크게 높아진 점이 작용했다. 주주들과 경영 성과를 나누는 동시에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우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8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을 통해 주주 여러분과 성과를 직접 공유하고 주당 가치가 내재 가치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0조원 이상의 현금배당과 60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연간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주환원책은 반도체주 전반에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AI 기업들의 매출 성장세 둔화와 중국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차세대 D램 신기술 개발 계획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반도체주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을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졌다.
SK하이닉스는 일단 총 14조원에 달하는 배당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주당 2만원 수준으로 실적 개선을 반영한 1만원에 일본 키옥시아 투자 성과를 반영한 특별 배당 1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옥시아 특별배당'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케피탈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약 3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키옥시아가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지분 처분 과정에서 발생한 지분 매각 차익이 2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투자 성과 대부분을 특별배당 형식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이번 분기 배당에 일부가 투입되고 나머지는 2026년 회계연도 결산이 확정된 후 결산 배당에 포함해 지급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역시 키옥시아처럼 투자 성과를 주주에게 환원할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증시 IPO(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불거지면서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솔리다임이 IPO를 통해 약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역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며 "이 원칙을 변함없이 지키며 주주들이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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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도 매 분기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CFO는 "회사 주가가 창출하고 있는 이익과 현금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되어 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게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매입을 완료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도 곧 소각한다.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지난해(14조3000억원)의 약 7배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각각 2조1000억원과 12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FCF(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던 기존 방침을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며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곽 사장도 "앞으로 지속적인 실적 창출로 미래 성장에 대한 신뢰를 쌓고 그 결실을 주주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