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메모리 공급난 지속](종합)
"5살짜리한테 돈벌라 시키나"…동요없는 삼전닉스, 왜?

AI(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 우려가 이른바 '거품론'·'고점론' 등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지만 우리 반도체업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금 고갈 가능성이 불안 심리를 부추기더라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발전 방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는 측면에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229,000원 ▲4,000 +1.78%)와 SK하이닉스(1,472,000원 ▲54,000 +3.81%)는 최근 불거진 미국 증시발 충격파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쏟아지는 반도체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세계 반도체 투톱인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나란히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무후무한 반도체 수요 폭증 현황을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2029년까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램 등 주요 제품 판매를 벌써 다 끝내버렸다고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미리 반도체를 확보하려는 고객사가 몰려들면서 LTA(장기공급계약)로 2030년까지 전체 생산능력 대비 60~70% 수준의 수요를 조만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며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생산능력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괜히 주위에서 걱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긍정적) 전망은 (이미) 말씀드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정이 이러니 일각에서는 AI 투자 불안을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과 연결 짓기도 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주민 반발 등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간선거가 일단락되면 정리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산업 지형 자체가 AI 위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성장통', 불가피한 조정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 결과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해 시장 참여자들의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섣부른 조바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간 "AI는 이제 4~5살밖에 안됐다"고 언급해왔다. 앞으로 지속적 투자로 덩치를 키우고 학습을 시켜서 살림을 책임질 청년으로 길러내야지 어린애한테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대표적 AI 인프라 투자인 데이터센터 건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오피스 빌딩을 짓는 수준이고 그 공간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한 것인가는 다음 단계다. 산업의 판이 바뀌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에서는 끝없이 돈만 들어가는 것 같아도 일단 산업의 바퀴가 자체적으로 돌기 시작하면 수익을 스스로 창출하는 구조로 순식간에 바뀐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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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자는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도 결국 향후 과실을 따기 위한 과정"이라며 "과도한 현금을 쏟아붓고 있으니 위험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문제는 오늘 투자를 안 하면 내일 뒤처지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비슷하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을 확신하면서 "길게 보면 방향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그동안 시장 상황이나 기술적 트렌드는 하나도 바뀐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인텔도 못 피했다…갈수록 거세지는 '메모리 대란' 후폭풍

'AI(인공지능) 거품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PC 등 소비자용 제품의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공급난은 심화되고 있다. PC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CPU(액정표시장치) 제조사 인텔조차 4분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229,000원 ▲4,000 +1.78%)와 SK하이닉스(1,472,000원 ▲54,000 +3.81%)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AI 서버용 제품 생산 추가 확대를 시사하면서 PC 업계의 수급 대란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7.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7달러)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4배 치솟았다.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면서 PC용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많아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PC 업계의 '원가 충격'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4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3분기 감소율(23%)보다 하락 폭이 4%p(포인트) 확대되는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PC 가격도 함께 뛰어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PC 산업의 핵심 기업인 인텔도 시장 위축에 따른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인텔의 3분기 PC 사업 매출은 81억달러(약 10조8653억원)로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인텔은 4분기 전체 매출도 3분기(165억달러)를 밑도는 150억~16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PC 사업 부진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우려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30% 가까이 급락했다.

부품 가격 상승은 PC 제조사들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기준 CPU와 D램,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PC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8%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HP와 레노버, 델 등 주요 PC 제조사들은 생산거점 재편을 통한 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립부 탄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31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메모리"라며 "내년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PC 업계의 메모리 수급 불균형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한국 D램 제조사들의 내년 PC용 D램 생산량이 올해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PC 제조사들의 구매 축소와 메모리 장기 공급계약 확대 등을 고려하면 공급 감소 폭이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서버용 제품 확대 기조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HBM, 서버용 D램, SSD의 판매 비중을 한 단계 높여 AI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고부가가치 서버용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에도 메모리 시장 전반의 공급부족은 심화하고 있다"며 "PCB(인쇄회로기판)와 CCL(동박적층판) 등 핵심 부품의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PC 제조사들의 부품 조달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 모를 메모리 대란…스마트폰·IT용 OLED 수요 전망까지 낮췄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공급난으로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수요가 위축되고 IT(정보기술) 제품인 OLED의 성장 전망도 낮아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설비 가동률 확보도 과제로 떠올랐다.
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OLED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6~2030년 스마트폰·IT용 OLED 패널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부품 가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 판매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수요 둔화세는 제품별로 온도 차를 보인다. 올해 전체 OLED 패널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OLED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세트 수요 부진으로 7% 줄어드는 반면 노트북용과 태블릿용은 프리미엄 제품 채택 확대로 인해 각각 50%,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메모리 공급난이 2027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IT용 OLED의 중장기 수요 전망 역시 기존보다 낮아진 상태다.
반면 중국 중심의 OLED 생산능력 확대는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 OLED 생산능력에서 중국 소재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5%에서 지난해 45%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내 한국 업체 공장까지 포함한 수치로 2028년 한국 소재 공장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뒤 2029년에는 한국의 생산능력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는 플렉서블 OLED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 점유율은 2021년 40%에서 올해 28%로 낮아졌으며 오는 2028년에는 중국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BOE 28%, 삼성디스플레이 26%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공세는 신성장 시장인 IT용 OLED 분야에서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을 투입한 충남 아산 A6 라인에서 지난 7월 중형 패널 생산 효율을 높인 8.7세대 OLED 양산에 나선 가운데 중국 BOE도 한 달 앞선 지난 6월 청두 B16 라인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 확정된 8.7세대 OLED 생산능력 투자는 원장 기준 월 7만5000장 규모로 알려졌다. 다만 고난도 제품 생산 역량과 실제 생산 규모 측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관건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 여부다. 업계에서는 수요 둔화 여파로 신규 생산능력을 충분히 소화하기 어려워 당분간 업체별 가동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문량이 부족하면 패널당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투자비 회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에 따른 가격 경쟁 역시 수익성 측면에서는 변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의 주문 물량을 확보하고 신규 설비의 가동률을 높여 대규모 투자를 수익으로 연결하는게 중요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AI발 메모리 공급난이 완제품 수요를 억누르는 상황에서 중국발 증설까지 겹쳐 수급 불균형 우려가 크다"며 "결국 기술 우위를 조기에 실적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AI 서버용 MLCC 품귀 절정"…삼성전기 몸값 높아진다

AI(인공지능) 서버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난이 내년 상반기 가장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액정표시장치), 메모리 모듈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MLCC는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하면서 전자기기 내부의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가속기 제조사들이 제품 양산과 부품 조달에 나서면서 내년 상반기 고성능 MLCC 공급 부족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MLCC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은 35주 수준으로 통상적인 수준(12주)보다 3배 가량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능 MLCC 수요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의 전력 소모량 증가가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AI GPU '루빈(Rubin)'의 칩당 전력 소모량은 1800W(와트)로 추정된다. 반면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GPU '루빈 울트라(Rubin Ultra)'의 대당 전력 소모량은 3600W로 한 세대만에 2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칩의 전력 소모량이 늘어날수록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고용량 MLCC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MLCC 수요는 GPU뿐 아니라 CPU와 메모리 모듈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트렌드포스는 "AI 애플리케이션이 학습에서 추론, AI 에이전트로 확장되면서 CPU 수요가 늘고 있다"며 "CPU 마더보드와 DDR5(더블데이터레이트5) 메모리 모듈 전반에서 고용량 MLCC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MLCC 제조사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이 고성능 MLCC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기(1,193,000원 ▼3,000 -0.25%)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크기는 줄이면서도 높은 용량과 안정성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다.
박규태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 상무는 지난 28일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 제품의 특성상 캐파(CAPA·생산능력) 잠식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퓨처일렉트로닉스는 삼성전기의 MLCC 리드타임을 52주로 추산했다. 주문하더라도 제품 인도까지 약 1년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장기공급계약(LTA)로 중장기 수요 가시성도 높아졌다. 박 상무는 "현재 약 50여개 고객사들과 LTA를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다. MLCC 매출 절반 이상이 LTA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에도 글로벌 대형 기업과 8793억원 규모의 LTA를 체결했다. 올해 체결한 MLCC LTA 가운데 2번째로 큰 규모다.
생산능력 확대도 고객사 요청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하고 향후 생산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이다. 삼성전기는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에 MLCC 제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1분기 가동이 목표다. 부산공장에서도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매년 최대 20%씩 늘릴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등 MLCC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공급 증가는 최소 2028년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MLCC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