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주택 매각대금 등 일시적 거액 예금·가상자산까지 보호 검토
-금융계약자 보호위원회 출범…3대 방향·5대 전략·20개 세부과제 추진

예금보험공사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과 주택 매각대금 등 일시적으로 1억을 초과하는 고액예금의 보호를 추진한다. 계좌 명의 대신 실제 돈의 주인을 따지는 보호제도와 디지털자산 보호방안도 검토한다.
예보는 3일 '금융계약자 보호 위원회' 출범식과 제1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계약자 보호 추진 로드맵'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예금보험대상 편입을 추진한다. DB형은 근로자의 퇴직급여가 근속기간과 평균임금 등에 따라 정해지고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내 계좌에서 운용방법을 선택하고 지시하는 확정기여(DC)형과 달리 운용과 퇴직급여 지급책임을 회사가 부담한다.
그동안 DB형이 DC형과 달리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맡긴 적립금과 관련해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회사가 부족분을 메워 약속한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므로 회사가 책임지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퇴직연금 규모가 커지고 정부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보호체계를 보완할 필요성도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에서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를 회사 밖 금융기관 등에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사외적립은 회사의 경영난이나 폐업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반대로 적립금을 맡긴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손실을 보충할 책임은 여전히 회사에 남는다. 예보 관계자는 "금융회사 부실로 대규모 적립금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자체 자금으로 메워야 하는 회사도 흔들릴 수 있다"라며 "이러한 위험을 보호 사각지대로 보고 DB형 적립금의 보호대상 편입을 검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보는 예금보호한도인 1억원을 초과하는 거액예금에 대해 '일시적 보호' 방안도 검토한다. 예를 들어 집을 판 사람이 새집을 구하기 전까지 매각대금 10억원을 한 금융회사에 맡겼다가 해당 금융회사가 파산하면 현행 예금보호한도인 1억원을 넘는 금액은 예금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실제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이같은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거액의 사고보험금을 받아 잠시 예금해 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족의 사망 등으로 일시적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서 금융회사에 예치했다가 해당 금융사가 일시에 파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의 예금보호기구는 일시적으로 고액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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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명의와 자금의 실질적인 주인이 다른 경우 실제 권리자를 기준으로 보호를 하는 실 예금자 보호제도도 추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취약아동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 명의 예금은 원칙적으로 예금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자금의 귀속 주체가 지원 대상 아동이라면 명의만으로 보호에서 배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도 대응한다. 디지털자산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계약자 피해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유가증권 사후보호제도 도입과 인공지능(AI) 기반 표시제도 상시 감시 강화도 추진과제에 포함했다.
김성식 사장 주도로 20개 과제 선정…"보호 사각지대 미리 찾아낼 것"
신설된 금융계약자 보호 위원회는 관련 정책과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과제 이행을 점검하는 기구다. 보호대상 금융회사와 금융상품 결정에 관한 중요 사항, 예금보험에 가입한 금융회사 등에 대한 점검과 사후 조치 등도 심의한다. 김성식 예보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내부위원 2명과 4명 등 총 7명이 참여한다. 정기회의는 반기마다 한 차례 개최한다.
이날 위원회는 △기관장 주도의 전사적 추진체계 가동 △더 넓고 두터운 보호체계 구축 △국민체감형 보호 서비스 강화 등 3대 방향 아래 5대 전략, 20개 세부과제를 포함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기관장 주도의 전사적 추진체계 가동을 위해서는 '금융계약자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과 '금융계약자 보호 차원의 예보법령 및 규정 정비'를 전략으로 추진한다. 위원회 신설과 국내외 협력 강화로 추진 기반을 다지고 금융계약자 보호 관련 기준 마련, 보호대상 정비, 보호금융상품 지정체계 개선에 나선다. 금융회사에 대한 차등평가와 금융계약자 보호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더 넓고 두터운 보호체계 구축은 '보호영역 확대를 통한 보호 사각지대 해소' 전략으로 구체화한다. DB형 퇴직연금과 일시적 고액예금 보호, 실 예금자 보호제도 도입, 디지털자산 보호방안 마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체감형 보호 서비스 강화에는 '금융계약자 편익 제고를 위한 서비스 제공 확대'와 '금융 취약계층 포용·재기지원 강화' 전략을 담았다. 경제금융교육과 착오송금 반환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채무자 재기지원, 금융취약계층 지원체계 구축, 상호금융 보호 지원을 추진한다.
다만 이번 로드맵이 제도 도입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보는 보호 필요성이 있는 영역을 폭넓게 발굴한 뒤 과제별 실현 가능성과 제도 설계를 검토할 계획이다.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정부·국회 등과의 협의와 입법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김성식 예보 사장은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국민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보호의 사각지대를 미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보호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