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친환경자원순환센터
"재활용 실행력 높이려면 중앙정부 차원 규제 함께 이뤄져야"
쓰레기 줄이기 위한 생활밀착형 지원..다회용기 연 7만개 대여 등 호응
앱 활용 쓰레기 신고·수거 등 구민 참여도 높아..2019년 대비 세대당 쓰레기 배출량 24%↓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산수동. 멀찍이 솟은 아파트 단지들을 배경으로 낮은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구도심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친환경자원순환센터(이하 센터) 간판을 단 3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찾은 센터에는 물건을 고치는 수리·수선실부터 그릇을 빌려주는 공간까지 주민들이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센터는 환경부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하나로 조성돼 2024년 3월 문을 열었다. 동구 예산으로 민간기관 광주시민환경연구소가 위탁 운영한다.
운영의 큰 목표는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경희 친환경자원순환센터 센터장은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데는 모든 시민이 공감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쓰레기 줄이기와 자원 재사용을 일상에서 할 수 있도록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고쳐 쓰고 빌려 쓰고…주택가 속 자원순환 거점
구도심 내 단독주택 밀집 지역에 둥지를 튼 이유 역시 이 목표와 맞닿아 있다. 아파트처럼 공동 분리배출 시설과 관리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주택가에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민들이 자원순환을 실천할 여건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센터의 핵심 공간은 3층 수리·수선실이다. 재봉틀과 목공 도구를 갖추고 옷과 가구, 우산 등을 손보도록 돕는다. 공구 사용법을 익히고 직접 수리해 보는 강좌부터 집수리 교육까지 이어진다. 이 공간은 당초 폐자원을 새로운 작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계획됐지만, 창작 활동보다 주민들이 물건을 오래 쓰는 기술을 일상에서 익힐 수 있도록 하는게 더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방향을 새로 잡았다.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은 성과로 나타났다. 일회용 그릇 사용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다회용기 대여가 대표적이다. 동구 주민들은 센터에 신청해 다회용기를 빌릴 수 있다. 지역 축제나 종교시설 행사, 가족 모임을 위해 다회용기를 빌려 간다. 지난해 센터가 빌려준 다회용기는 총 7만4047개에 달했다.
개개인이 혼자 하기 어려운 활동은 '판'을 만들었다.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이 동네 카페를 돌며 우유팩을 따로 수거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시니어 자원순환 활동가 99명이 인근 카페 183곳과 함께 모은 종이팩은 7.17톤에 달한다. 일반 종이와 섞이지 않게 모은 종이팩은 선별장을 거쳐 재활용 업체로 간다. 주민의 일자리와 상점의 분리배출, 재활용을 연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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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페트병 줍는 주민들…달라진 쓰레기 배출 습관
센터가 자리 잡은 후 주민들의 시선과 습관에도 점차 변화가 생겼다. 재활용품을 센터로 가져오면 품목별로 포인트를 주는 '동구라미 가게'가 계기가 됐다. 이런 거점이 생기니 주민들이 산책하다 길가의 페트병과 캔을 주워 가져오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실천은 온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센터가 만든 앱 '동구라미 온'에서는 텀블러 사용을 인증하고, 쓰레기가 쌓인 곳을 신고하거나 직접 치운 뒤 기록할 수 있다. 집 주변의 수리·수선 가게도 찾아볼 수 있다. 생활 속 실천을 기록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된 셈이다.
친환경자원순환센터의 설립과 활동으로 더 빨라진 동구의 쓰레기 감량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 종량제 쓰레기 배출 총량은 2019년보다 10.3% 줄었고 1인당 배출량은 17.8%, 세대당 배출량은 23.9% 감소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총량은 9.6%, 1인당 배출량은 17.1%, 세대당 배출량은 23.3% 줄었다. 반면 재활용품 배출량은 구 총량이 110.4%, 세대당 배출량은 78.4% 늘었다.

관심 있거나 실천하는 사람들 연결…문화도 변화
센터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다른 역할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다. 지역에서 묵묵히 자원순환을 실천해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엮은 이유이기도 하다. 배달한 그릇을 다시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고집해온 중국집 사장님 이야기 등이 실렸다.
수리·수선과 종이팩 분리배출, 보자기 활용법 등을 주제로 한 동아리도 같은 취지다. 처음에는 센터 행사를 남의 일처럼 바라보던 동네 어르신들이 환경영화를 보러 찾아오는 변화도 생겼다. 이 센터장은 "누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실천하지만, 나 혼자만의 실천이 너무 미약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며 "그 활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사람들을 연결해 지속할 힘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천을 뒷받침할 제도도 마련되고 있다. 주민의 수리·수선 비용과 지역 수리 업체 지원 근거를 담은 '생활용품 수리·수선 지원 조례안'이 지난 3일 동구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민 수리비의 전부나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지급하고, 업체의 장비·시설 개선과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게 골자다. 고쳐 쓰는 문화가 골목 상권과 장인의 기술을 이어가는 일과도 연결된다.
이 센터장은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과 지방정부의 노력에 더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은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쓰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너무 쉽게 손에 닿는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정책이 시민들의 노력을 강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함께 규제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의 전환도 필요한 만큼 이를 지원해야 전반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