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기, 감동과 치유의 역사 이뤄지길"

[기고]"이광기, 감동과 치유의 역사 이뤄지길"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1.07.13 08:45
↑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노엘라.
↑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노엘라.

화가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스러움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몸에 가시가 박힌 여자, 화살을 맞은 사슴, 피가 철철 흐르는 모습 등 온갖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자칫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녀의 그림은 오히려 그 아픔을 온전히 공유하는 것 같아 보는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준다. 칼로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 '가시고기'가 그랬다. 2009년 신종플루로 7살 난 아들을 잃은 배우 이광기. 그가 자신의 이야기와도 흡사한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아버지, 정호연 역을 맡은 것이다.

처음 공연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힘든 기억이 떠오를텐데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광기는 무대에서 그때의 고통이 되살아나는 듯 공연 내내 오열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막이 올라가고 5분도 채 안돼 객석은 흐느끼기 시작했고 인터미션 없는 2시간 동안 공연장은 눈물범벅이 되고 말았다. 관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이광기의 과거를 링크시켰다.

배역인지 실제 자신인지 모를 정도로 혼연일체 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공감했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준 것처럼 말이다.

요즘 우리는 참으로 메마른 세상을 살고 있다. 대중교통마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는 사회, 젊은이에게 한마디 충고를 할 수도, 어린아이가 귀엽다고 어루만질 수도 없는 그런 시대.

얼마 전 등장한 소위 '지하철 막말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점점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여유가 사라지면서 아주 작은 희생조차 존재하지 않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사회가 돼 가는 듯하다.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사랑 받는 이유도 '희생'의 부재에서 허전함을 느끼는 우리들에게 따스함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은 아닐까?

약 10년 전 출간된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가 연극으로 재탄생 돼 관객들을 감동시킨 이유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공연장에서 흐른 수많은 관객의 눈물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한 단어, '희생'의 가치와 감동을 부활시킨 듯 했다.

이광기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늘도 무사히 가시고기 공연을 끝냈다. 매회 할 때마다 나는 기도한다. 최선을 다해서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치유의 역사가 이루어지기를..."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광기처럼 남을 생각하는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사회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처음 공연 소식을 듣고 가졌던 걱정은 공연을 마칠 무렵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어쩌면 그의 상처 일부도 치유되고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서였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영화배우 리차드 기어가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용했던 샨티 데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나만 위하면 불행해 질 것이고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살면 나 스스로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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