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초고가 작품이 잇따라 팔렸다. 미술계는 전쟁과 고유가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수요가 미술품으로 몰린 영향으로 보고, 올해 시장의 큰 폭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31일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센터에서 3월 기획 경매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을 개최했다. 김환기, 박서보, 김창열 등 국내 유명 작가와 요시모토 나라,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출품된 작품 수는 총 103점이며 이 중 9품의 작품이 출품 취소됐다. 경매 추정가는 최소 510억여원에서 최대 750억여원 규모로 국내 경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날 요시토모 나라의 '노씽 어바웃 잇'이 150억원에 낙찰되면서 국내 미술 경매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기존 국내 경매 1위는 마르크 샤갈의 '꽃다발'(94억원, 2024년)이었다. 쿠사마 야요이의 '펌킨'(Pumpkin)도 104억 5000만원에 낙찰되면서 작가의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같은 작가의 인피니티 넷(Infinity Nets)도 20억원에 낙찰됐다.

당초 미술계에서는 '흥행 부진'을 우려했다. 고환율·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미술 수요가 위축되고 유찰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종로구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중저가 미술품 구매자의 시장 참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전방위적인 미술 시장의 강세가 관측됐다. 침체됐던 홍콩 무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경매에서 이례적인 100%의 낙찰률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7% 증가한 1263억원어치의 매출을 거뒀다. 국제갤러리와 조현화랑, 학고재 등 16개 국내 갤러리도 이신자, 박서보, 김택상 등 국내 작가의 작품을 최대 수억원대에 판매했다.
달러, 금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의 위기가 미술품 수요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증된 예술품은 국제 정세의 혼란 국면에도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낮고, 경매·아트페어가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3대 경매사(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의 경매에서도 초고가 미술품이 조기 매진됐다. 지난 6일 소더비의 봄철 경매 낙찰액은 3122억여원으로 예상가를 19% 웃돌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억~수십억원대의 작품 수요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초 기대대로 올해 큰 폭의 시장 성장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