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은 어떻게 탄생했을까…한나 아렌트 들여다보기

'악의 평범성'은 어떻게 탄생했을까…한나 아렌트 들여다보기

박다해 기자
2016.01.30 03:10

[따끈따끈 이번주 새책] '한나 아렌트의 말'…생전 인터뷰 4편 담아

"그(나치 전범 아이히만)가 권력에서 특별한 쾌감을 얻었느냐고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전형적인 공무원이에요. 그런데 공무원은 공무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때 정말이지 대단히 위험한 신사에요. 여기에서 이데올로기는 그다지 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봐요" (77쪽)

'악의 평범성'.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가 던진 대표적인 화두다. 한나 아렌트는 '악'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나 아렌트의 말'에선 그가 이전의 저서에서 완전히 매듭짓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물론 평범함, 익명성, 무감(無感)에 깃든 '악'에 관한 논의도 이어진다.

이 책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등 명저를 남긴 탁월한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생생한 목소리가 남긴 인터뷰집이다. 주요 작품을 출간하고 사상적 체계를 확립한 뒤인 1964년부터 말년인 1973년까지 그의 지성적 행보를 보여줄 네 편의 굵직한 인터뷰가 담겼다.

한나 아렌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서에 관한 질문에 대해 꼼꼼히 답하는가 하면 독자들이 오독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는다. 특히 두 번의 망명 등으로 이어진 삶 속에서 자신이 관찰한 세계와 인간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는다. '공공영역과 사적영역', '악의 평범성' 등 그가 낳은 20세기 주요 개념들이 어떤 배경 속에서 구축됐는지, 왜곡되지 않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973년의 인터뷰는 한나 아렌트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가진 생전 마지막 인터뷰다. 이 대화에서 그는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디아스포라가 된 유대인의 정체성, 유대교와 기독교, 자신의 저서에 대한 뒷이야기 등 삶을 관통하는 주제들에 관해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유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간'으로서 한나 아렌트의 토대와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그가 '악의 평범성'을 통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사유'의 위험성을 경고했듯이 4편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일관되게 '사유하기'를 강조한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사유,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유가 없는 '체제와 기능' 위주의 사회에선 20세기를 뒤흔든 만행이 언제라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스로 사유하는 일을 멈춰버린 듯한 현대, 그가 던진 메시지가 여전히 울림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나 아렌트의 말=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8쪽/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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