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첫 당선 기쁘다"

"'피코'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첫 당선 기쁘다"

박다해 기자
2016.10.0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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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과학문학공모전] 대상 '피코' 이건혁 "1일 5천자 쓰기 목표…UN미래보고서도 도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과학문학상 시상식 및 과학문화토크콘서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건혁(오른쪽)씨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과학문학상 시상식 및 과학문화토크콘서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건혁(오른쪽)씨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동물이나 인형을 닮은 반려 인공지능(AI) ‘피코’가 있다. 피코는 7년에 1번씩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자아 정체성이 생기면 인간을 넘어서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단 두려움 때문이다. 제타는 정든 피코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주인들을 위해 대신 해체하는 용역업체에 근무한다. 여느 때처럼 근무하던 그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불법 개조된 피코, 프레야를 만난다.

‘머니투데이 제1회 과학문학 공모전’ 당선작 ‘피코’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 차례 종말을 겪은 세계,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곳에서 각자의 정체성 문제를 파고든다.

심사위원진으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피코’의 장점은 바로 “균형이 잘 잡혀있다”는 것. 소재가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반전과 감동이 있고 무난하게 잘 읽힌다는 평을 받았다.

당선자 이건혁(28)씨는 국문과를 졸업한 소설가 지망생이다. 이번이 공모전 첫 당선이다. 그는 “소설 시장이 너무 정체돼있어 웹툰 스토리 작가의 길도 준비해왔다”며 “제대로 작품활동에 돌입한 것은 올해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중간에 성긴 부분도 많아 마음 접고 있었다”며 “발표 전날만 해도 떨어진 줄 알고 술도 마셨는데 다음 날 당선 문자가 와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자평했다.

피코를 실제 쓴 기간은 1주일 남짓. 아이디어 구상은 몇 달 전부터 돼 있었다. 그는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할 때 어떤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자 이건혁씨는 평소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과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이 합쳐져 소설 '피코'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대상 수상자 이건혁씨는 평소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과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이 합쳐져 소설 '피코'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피코에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수몰 지역이 생기고 수억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 주인공은 수몰 지역 출신의 난민이다. 이런 설정은 평소 그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그는 “기후 변화 등에 고민이 많아 지난해부터 조사했다”며 “두 아이디어가 결합해 ‘(정체성을 잊고 사는) 수몰 난민이 정체성을 가진 AI를 만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평소 UN미래보고서를 꾸준히 챙겨본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설 창작의 기반이 되는 자료를 주로 찾아보지만 대부분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실제 실험장치를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

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인류가 기후 변화나 핵 혹은 전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에요. 사실 멸망 후의 세계를 그리려던 것도 있었는데 단편소설로는 적합하지 않아서 접었죠. 또 많은 작가가 정보·기술 격차로 미래에 계급사회를 예견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미국의 SF작가 존 스칼지다. 그는 “외국은 SF소설 전문 상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명맥이 별로 없고 층이 얇아서 아쉽다”고도 했다.

이씨는 전업 작가가 꿈이다. 새로운 작품도 준비 중이다. “하루에 5000자 정도 쓰는 걸 목표로 해요. 소설가이자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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