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운전'은 대체 어디서 배웠니…테슬라X FSD 타보니[시승기]

'얌체운전'은 대체 어디서 배웠니…테슬라X FSD 타보니[시승기]

임찬영 기자
2026.10.24 07:1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지난 22일 시승한 테슬라 모델 X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지난 22일 시승한 테슬라 모델 X의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복잡한 교차로와 공사 구간을 능숙하게 통과하던 테슬라가 정체된 고속도로 진출로에서는 초보운전자처럼 머뭇거렸다. 미리 차선을 바꾸지 못한 채 분기점 끝까지 이동하는 모습은 이른바 '얌체운전'을 연상케 했다. 결국 운전자가 직접 조향에 나서야 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충북 음성군 금왕휴게소까지 왕복 220km가량을 테슬라의 대형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 X를 이용해 운전해봤다. 이번 시승에서는 테슬라가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FSD의 실제 도로 대응 능력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FSD가 교차로에서도 통행을 자연스레 이어가는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FSD가 교차로에서도 통행을 자연스레 이어가는 모습./사진= 임찬영 기자

정차 상황에서 FSD를 활성화하니 차량은 자연스레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변경했다. 특히 교차로와 공사 구간처럼 도로 구조가 복잡한 곳에서도 주변 차량과 장애물을 피해 자연스럽게 주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앞차를 따라가거나 차선을 유지하는 기존 주행 보조 기능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도 FSD 기능이 꺼지지 않는 점도 편리했다. FSD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량이 알아서 차선을 바꾸며 앞차를 추월했다. 마치 운전자가 추월을 원하는 것으로 판단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문제는 교통량이 많아지는 구간이었다. 특히 고속도로 진출로에서 한계가 두드러졌다. 차량은 목적지로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리 차선을 확보하지 못했다. 진출로가 가까워진 뒤에야 차선 변경을 시도했고 차량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다. 정체로 차량이 멈춰 서면 차선 변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적한 진출로에서는 자유롭게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 다만 퇴근 시간 등 교통량이 많은 진출로에서는 진출로 끝까지 가서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사진= 임찬영 기자
한적한 진출로에서는 자유롭게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 다만 퇴근 시간 등 교통량이 많은 진출로에서는 진출로 끝까지 가서야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사진= 임찬영 기자

이 과정에서 분기점 끝까지 이동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어쩔 수 없이 운전자가 직접 차선을 변경해야 목적지로 정상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다른 차량의 흐름을 고려해 여유 있게 진출 차선을 확보하는 사람의 운전과는 차이가 있었다. 진출로 막바지에서야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모습은 다른 운전자에게 이른바 '얌체 운전'으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운전자 개입 과정에서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대응도 아쉬웠다. 차량 정체가 발생하자 FSD는 상대적으로 원활한 버스전용차로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였다. 결국 운전자가 차로를 확인하고 대응해야 했다. 이중 실선으로 표시된 구간에서도 차로 경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듯한 움직임이 관찰됐다. 국내 도로의 세부적인 통행 규칙과 차선 표시를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었다.

안전을 위한 운전자 감시 기능은 비교적 엄격하게 작동했다. 전방 주시 안내 경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자 FSD가 비활성화됐고 차량을 완전히 정차시켜 주차(P) 상태로 전환하기 전까지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테슬라는 이 같은 상황을 '스트라이크아웃'으로 규정한다. 차량 구성에 따라 3회 또는 5회 누적되면 1주일간 FSD 사용이 제한된다.

차량 조작 방식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만했다. 특히 방향지시등 조작이 불편했다. 일반적인 레버 대신 스티어링 휠의 터치식 버튼으로 작동하는 방식인데 방향지시등을 끄려면 버튼을 다시 눌러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익숙해지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처음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직관적이지 않아 불편했다.

테슬라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모습. 예상 주행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테슬라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모습. 예상 주행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반면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그록(Grok)'은 기대 이상이었다. 음성 명령을 정확하게 알아들었고 주행 도중 목적지를 변경하는 과정도 편리했다. 복잡한 화면 조작 없이 말로 내비게이션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다만 아직은 그록으로 차량의 세부 기능까지 조작할 수는 없었다.

모델 X 자체의 성능도 훌륭했다. 듀얼모터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출력 670마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도달한다. 플래드 모델은 최고출력 1020마력에 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2.6초에 불과하다. 실제 뻥 뚫린 가속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니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빠르게 올랐다. 다만 승차감 면에서는 여전히 동급 경쟁 모델들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시승에서 경험한 FSD는 분명 운전자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기술이었다. 목적지만 설정하면 차량이 상당 부분 알아서 주행하는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복잡한 합류 구간과 고속도로 진출로에서는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개입해야 했다. 운전의 편리함은 높아졌지만 운전대를 완전히 맡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란 점은 확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