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채권단 회의 주도 움직임..당국 의사전달 경로 변경 가능성
더벨|이 기사는 12월02일(18:0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의 최대 채권은행이면서도 주채권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던 산업은행이 뒤늦게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재무약정) 체결 문제를 놓고 전면에 나설 조짐이다.
산은은 현대그룹이 재무약정을 체결하지 못하겠다며 주채권은행(외환은행)과 소송까지 벌이는 와중에도 뒷짐을 진채 사태 추이를 관망해 왔다.
외환은행관계자는 2일 현대그룹 채권은행협의회 명의로 현대그룹에 오는 6일까지 재무약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도 "공문을 접수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공문 발송의 명의는 채권은행협의회로 현대건설 M&A가 진행되기 전이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주도한 주체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아니라 산업은행으로 파악된다. 이 점은 현대건설 M&A가 진행되기 전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현대건설 인수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로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돌연 현대그룹 채권은행협의회 운영위원회 소속 은행(외환은행, 농협, 신한은행)들에 "실무진 간담회를 열자"며 주도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과거 재무약정 체결 문제가 불거지면 "주채권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거나 "대부분 권한이 주채권은행(외환은행)에 위임돼 있다"고 말하던 때와 사뭇 다른 행동 변화다.
재무약정 공문 발송에 대한 의사결정 역시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실무진 간담회에서부터 산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최대채권은행의 역할을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자세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감사원의 감사 가능성이다. 현대그룹이 차입을 일으켜 현대건설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재무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는데 왜 최대 채권은행이 여신 부실 가능성을 미리 점검하지 않았느냐 게 당국의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이 이 문제를 놓고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면 실무진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을 한다.
감독당국의 외환은행에 대한 불편한 심기 역시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에 재무약정 체결을 요구하는 '선봉'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현대건설 M&A에서는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줘 현대그룹의 재무 리스크를 키웠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감독당국은 이를 '이중적 자세'로 폄하하는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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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감독당국의 정책 경로가 외환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을 외환은행에서 산업은행으로 바꿀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재무약정 문제를 마지막까지 해결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을 대하는 산업은행의 자세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작용되고 있으나 자칫 오해를 살 소지 역시 안고 있다. 현대건설 M&A 문제와 맞물려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을 동시에 압박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