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부터 물가관리에 초비상인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전기를 놓고서다. 전기는 공공물가 관리의 핵심 항목이다. 정부는 최근 물가대책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동결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런데 최근 전력난과 맞물려 전기요금을 올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난감해 하고 있다. 전력소비 폭증 배경으로 전기료가 지나치게 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기름 등 여타 난방수단보다 싸다 보니 전기히터, 온풍기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겨울철에 대규모 정전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2009년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각각 43%, 98% 올랐는데 전기요금은 1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서민물가를 신경 쓰며 인위적으로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탓에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을 합리화하면 소비가 줄어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중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왜곡된 전기가격이 전력수급의 근본 원인이라는 건 오래된 이야긴데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며 "전기 요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크시간대 비싼 가격을 붙여도 쓸 사람들은 다 쓴다"며 "아껴쓰자라는 구호보다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실제 18일 증시에선 한국전력의 주가가 상승했다. 강추위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면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한 전기요금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하루 최대 전력수요는 사상최대치인 7314만kW를 기록, 정부 예측치(7250만kW)를 훌쩍 뛰어 넘었다. 예비전력이 비상수준인 400만kW대인 현실에서 전력수요 관리는 절실하다.
한전 관계자는 "비상상황에 준할 정도로 지켜보고 있지만 왜곡된 전기요금을 고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없을 것"이라며 "요즘은 여름보다 겨울 난방 전력이 큰 문제인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이런 문제는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민은 결국 전기가 서민 물가에 민감한 항목인 탓에 쉽게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기난방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겨울철 난방수요에서 전력수요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면서도 "공공요금 동결은 지난 13일 물가대책의 뼈대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건드릴 순 없는 게 현실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