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통상부는 나라를 대표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까? 다른 정부 부처에서 "외교부 직원들은 자존심이 너무 세다"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흔한 말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귀족부서, 외교부 직원들이 다른 부처를 무시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외교부가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의 잇따른 번역 오류에 이어 외교관의 스캔들 사건까지 터졌다.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동에 이어 또다시 외교부가 격랑에 휩싸였다. 외교부 직원들의 자질이 의심받는 것은 물론 조직이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콧대 높은 외교부 입장에서는 자부심에 적지 않은 손상을 입은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면서 비상이 걸렸다"며 "조직의 최대 위기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터진 이후 외교통상부의 대처 방법이다. 적극적인 반성과 해명보다는 사건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외교관 여성 스캔들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리실의 추가 조사 이후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미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총리실은 해당 부처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번역 오류도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한·EU FTA 협정문 비준 동의안 국문본 일부 조항에서 번역 오류가 발견되자 즉각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문본과 영문본이 의미상 큰 차이가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 붙였다.
하지만 외교부는 번역 오류 논란이 확산되자 "국문본의 번역 오류를 수정하기로 했다"고 말을 바꿨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태스크포스(TF)팀을 상설조직으로 전환해 오탈자를 걸러내는 작업을 전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외교부의 자부심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외교부가 자부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