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조장하는 교과부 보육료 지급 허점… 불만 제기에도 정부 무대책

4살배기 아들을 둔 직장인 박정현(38·서울 노원구)씨는 최근 정부가 '보육료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무주택자인데다 맞벌이를 하는 남편과 자신의 수입을 합쳐도 보육료 지급 기준인 '480만원 이하'에 해당돼 당연히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박씨는 주민센터에서 실망스런 답변을 들었다. 집을 사기 위해 모으는 예금과 적금이 소득으로 잡혀 '재산가'로 분류됐다. 더욱이 '구닥다리' 자가용도 자산으로 잡혀 "지급대상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반면 프리랜서 도서디자이너로 일하는 남모(34·인천 남구)씨는 남편과 함께 버는 실제 가구 월소득이 600만원이 넘지만 보육료 혜택을 받고 있다.
정부로부터 4살 딸의 어린이집 비용을 전액 지원받아 교육비 지출에 여유가 생기자 추가로 미술학원에도 보낸다. 남씨는 보육비 지원을 받기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부모님 명의로 해놓아 '무주택자'이고 부부합산 25% 공제를 받아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초 월 소득인정액 480만원 이하인 가구에 유아학비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득 하위 70% 이하 가정의 만 3~5세 유아에게 매월 보육료를 지급하겠다는 설명이었다. 유아학비지원 시스템인 'e-유치원(childschool.mest.go.kr)' 사이트도 만들었다.
맞벌이 가구의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도 바뀌었다고 적극 홍보했다. 지난해에는 부부 중 낮은 소득금액의 25%만 차감해 산정했지만 올해에는 부부 합산소득의 25%를 차감해 계산한다.
예컨대 아이 아버지 소득이 400만원이고 어머니 소득이 240만원인 경우(기타 재산의 소득환산액 0원으로 가정) 지난해 기준으로는 소득인정액이 580만원이 돼 지원을 받을 수 없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480만원이 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아 자녀를 둔 가정의 체감도는 사뭇 다르다. 정부가 보육료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 때문이다. '월 소득인정액'에는 실제 소득은 물론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한 금액이 적용된다. 부동산 및 승용차 소유 여부, 저축액 등의 재산 상황이 반영된다.
소득으로 환산되는 재산에는 토지와 주택·건축물은 물론 전·월세 보증금, 승용차, 예·적금 등 금융재산도 포함된다. 여기에서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금 등 부채 증명이 가능한 금액을 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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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부부의 명의로 된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월급이 적거나 심지어 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정책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도 등장했다. 보육료 지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주택과 저축 명의를 가족이나 친척의 것으로 돌려놓는 등 편법을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같은 '요령'을 모르는 가구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육아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맘스홀릭'에는 보육료 지급 기준에 대한 불만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닉네임 '동그랑땡'은 "얼마 안 되는 월급 쪼개서 집 장만 꿈꾸며 저축하는 것들이 소득으로 계산돼 지원이 안 된다고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다른 회원들도 동감했다. "법이 바뀌길 바라느니 적금을 깨서 부모님 명의로 들고 대출 이자가 아이 어린이집 비용보다 싸다면 (금융 부채를 늘리기 위해) 대출도 좀 받는 게 좋다", "나는 이번에 (명의를) 다 돌려놔서 지원 받는다. 이게 우리나라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집이 대한민국 상위 30%는 아닌데…70% 지원은 순 거짓말이다", "신문에 상위 30% 빼고 다 받는다고 실리더니 다 말뿐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민센터에서 보육료 지원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박씨는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지난해에 학비를 지원받은 유아는 별도 신청 없이 새 기준에 의해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올해 새롭게 지원받으려는 가정은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박씨는 고민 끝에 예금 잔액을 비워 다른 가족의 계좌에 넣은 뒤 다시 주민센터를 방문해 보육료 신청 절차를 밟았다. 관할 구청에서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자 선정 여부는 2~3개월 기다려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결국 편법을 이용하는 가구만 혜택을 받는 꼴이라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