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혼 할지언정 세금은 못 낸다구요?

[기자수첩]이혼 할지언정 세금은 못 낸다구요?

전혜영 기자
2011.05.25 18:43

세금을 안내고 숨겨 놓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던 자산가들이 국세청에 대거 적발됐다. 올 들어서만 727명의 사람들이 국세청 추적망에 포착됐고, 국고로 환수된 세금은 3000억 원이 넘는다.

이들이 탈세를 위해 동원한 방법은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참 가관이다'. 수십억 원 대의 임대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A씨는 고가의 부동산을 판 후 양도소득세 10억 원을 내지 않기 위해 부인과의 이혼도 불사했다. 그는 부동산 양도대금과 비상장주식 등의 재산을 부인에게 증여한 후 협의 이혼했고, 부인 역시 증여재산을 위자료라고 주장했다. 세금 한번 안 내보겠다고 위장 이혼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들은 결국 양도대금 6억 원을 몰래 숨겼다가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뿐만 아니다. 세금 앞에서라면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언장을 조작한 사람도 있다. 사업가인 B씨는 부친의 사망으로 상속받은 부동산을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 등기이전 하려다 적발됐다. 그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부친의 유언장를 허위로 작성, 본인이 아닌 본인 소유 회사로 소유권을 이전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국세청은 올해 '공평과세'를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를 목표로 세웠다.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내고 재산을 숨기는 행위를 근절 시키고, 소득에 맞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액체납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세금을 수십억 원 낼 정도의 경제력이 있지만 기를 쓰고 피하려 한다. '세금을 내는 것이 억울하고, 내는 사람만 바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피할 수 있는 한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은닉재산을 찾아내고, 국고로 환수하는 일은 공평과세를 위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채찍'만으론 '문화'와 '인식'까지 바꿀 수 없다. 이를 의식한 국세청도 최근 성실납세자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성실신고 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인증마크(엠블렘)를 제작해 사업장 현관에 부착키로 했다. 대출이나 입찰 등 사업 활동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혼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금 안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자산가들이 있는 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요원하다. '성실납세가 최선의 절세'라는 말이 국세청만의 구호로 그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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