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 국면에 직면한 신흥국 인플레 압력

[기고]새 국면에 직면한 신흥국 인플레 압력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
2011.06.27 07:00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세계적인 과잉 유동성과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확대, 투기자금의 원자재 시장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원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는 급속도로 위축됐고,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각국의 금융정책 기조의 완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회복 등으로 원자재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게다가 2010년 하반기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추가 양적완화로 다시 글로벌 유동성 과잉 현상이 나타났고, 이들 자금의 일부가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은 이어졌다.

2010년 하반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가장 큰 배경은 신흥국의 자원 수요 확대다. 신흥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에너지 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필요한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어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흥국에 의해 주도된 세계경제 회복세는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 수요의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신흥국의 선두주자인 중국과 인도는 10억이 넘는 거대 인구를 갖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아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자리 잡았다.

중국이나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의 고성장은 앞으로도 에너지 수요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게다가 단기적으로 일본 대지진에 의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대체연료인 원유 등 화석연료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이 많은 신흥국은 개인 소비에서 식료품이나 에너지 등 필수품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필수품 가격 상승은 신흥국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신흥국들은 과도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긴축을 2010년 하반기부터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금융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의 물가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고성장으로 인한 고용여건 개선과 그에 따른 임금상승이다. 특히 중국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최저 임금의 대폭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를 위해 금융긴축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하강 리스크를 우려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최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은 여전히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금융긴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보조금 등으로 가격 상승 억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정부나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경제활동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또 과도한 보조금 정책은 재정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어 다른 방식의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에는 선거 등 정치적인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 경기과열로 인한 물가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를 적시에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보다 철저한 인플레이션 대책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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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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