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나 가족이 보호할 수 없어서 국가가 지원하는 양육시설이나 그룹홈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보호를 제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공동생활가정(이하 '그룹홈')이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전국 416개소에서 2127명을 보호하고 있다.
이밖에도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18세 미만 아동이 약 3만 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만 18세가 넘으면 일단 이 보호망을 떠나 사회에 스스로 나가야 한다. 매년 약 250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이런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18세라는 나이는 부모와 가족이 있는 또래들에게도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로탐색 만으로도 힘든 시기인데, 이 사회를 향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버거운 과제다. 이제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혼자 힘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진로와 학업을 계획해야 한다면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발걸음을 함께 돕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LH 공사 등과 함께 임대주택 등 살 곳을 지원하고, 마이스터고 등 취업 특수학교와 연계해 진학을 우선 지원하며, 일찌감치 혼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살림살이부터 경제활동까지 생활기술 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기회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혼자 힘으로 가야한다는 허전함, 불안감 등 심약한 감정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정서적 지지와 자립시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이, 이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형성지원사업의 일환인 '디딤씨앗통장' 그리고 기존 퇴소선배들이 시설생활중인 아동의 멘토 역할을 해 주는 '바람개비 서포터즈'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디딤씨앗통장'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자신의 통장에 저축하는 금액만큼 국가에서 추가로 매칭지원(최대 3만원)해 아동의 적립액을 2배로 만들어 주는 사업이다. 아동의 저축습관을 길러주고 자산형성을 지원해 사회 진출시 자립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디딤씨앗통장 감사·격려·희망 작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고등학교 3학년 황초롱(가명)양은 대학 물리치료학과에 진학 후 K리그 축구팀의 물리치료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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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오던 황양에게 확실한 목표를 정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매달 '디딤씨앗통장'으로 응원하고 있는 후원자들이다. 황양은 자신도 모르게 후원자들이 입금해 준 돈과 정부에서 매칭해 준 돈을 합한 300만원 가까운 돈이 '디딤씨앗통장'에 쌓여있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바람개비 서포터즈'는 같은 처지의 선배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그룹이다.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선배들을 보고 용기를 북돋아주겠다는 취지다.
바람개비 서포터즈의 인기 멘토 중에는 H공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A군이 있다. A군은 다섯 살때부터 양육시설에 살았고, 고등학교까지의 삶은 다른 사람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이 살았다.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제조에 취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교육자의 꿈을 대학진학을 통해 실현해나가면서 그의 삶도 변했다. 영어는 알파벳이나 겨우 알고 대학에 진학했으나, 졸업할 즈음에는 영어공인 성적 최고 등급을 받고, 4개 학년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고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그의 이야기는 위인전에나 나오는 따분한 교훈이 아니라, 후배들의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로 다가갔다.
이처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자립을 위해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공감과 반향(反響)을 불러일으켜 나눔과 기부를 통한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