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다가오는 중국발 경제위험

[MT시평]다가오는 중국발 경제위험

원승연 기자
2012.06.07 09:32

경제 역사에서 진리의 하나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20세기말 IT 버블 당시 이른바 '신경제'가 도래했음에 흥분했고, 새로운 경제적 질서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고, 그제야 IT 부문의 성장이 과거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때보다 세상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도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질서 재편의 큰 움직임 중 하나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안전판으로서 역할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더욱 커져가고, 중국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그 요체는 덩샤오핑 이후 경제성장의 성과는 서구식 성장 방식이 아닌 중국 독자적인 성장 방식의 유효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 중국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체제가 서구의 성장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상에 그런 우월한 성장모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을 칭찬하는 화려한 수사가 지면을 장식할 바로 그 시점에 일본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미꾸라지가 되는데 걸린 시간은 채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중국도 과거 20년 동안의 급속한 경제성장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극화의 심화, 생산비용의 증가, 정부주도 경제의 한계, 민주화의 필요성 등 성장통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이 이를 충분히 비켜갈 수 있다는 오해는 금물이다.

사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중국이 글로벌 불균형 성장의 수혜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은 서구의 소비 증가를 배경으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성장해왔다. 역설적으로, 중국경제의 취약성은 여전히 경제가 서구의 상황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유럽위기가 아시아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의 논거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팽창정책을 수립하여 실물부문의 급격한 위축을 방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부채를 확대했으나,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는 정부도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어떠한 완충 장치도 없는 채 과다부채로 인한 '과소소비'의 문제가 경제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의 위기가 중국의 위기로, 더 나아가 아시아의 위기로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중국이 과거처럼 이를 내부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규모 확대로 정부의 통제 능력은 점차 상실되고 있다. 2/4분기 경제성장률이 7%대로 하락할 것이라든가 정부 관료에 의한 부패상 등의 중국의 현실은 과거 우리나라처럼 중국도 한 번의 큰 성장통을 겪을 조짐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한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덜 타격을 받았던 것은 우리가 중국 성장의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필자 계산에 의하면, 1998년 이후 한국 수출과 중국 수출의 상관관계는 0.98이었다. 거의 쌍둥이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3월부터 5월까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한국경제가 중국을 경유한 유럽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중국의 수출은 4월말 현재 전체로 6%, 유로지역으로는 3.4% 증가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중국의 내수 확대가 정체되면서, 2009년과 달리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보다 훨씬 낮은 0.9% 증가에 그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오히려 반작용으로 작동하는 상황이며, 최근 주가하락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중국으로부터의 위험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과거 중국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한국경제가 반대로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균형을 잡는 진자의 움직임처럼 '과다함'은 '과소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중국발 수혜에 젖어 들었던 한국 기업과 정부의 각성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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