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출근길에 라디오 음악 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오프닝 코멘트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력수급 대비를 위해 한국전력을 방문, 전력수급 현황을 점검했다는 내용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력수급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나와서다.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잔잔한 음악을 들려주는 방송에서, "전기가 부족합니다"란 내용의 상당히 무겁고 시사적인 게 오프닝 코멘트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전력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과거엔 여름의 시작을 알릴 때 날씨와 복장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이젠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전력부족 문제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됐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9월15일 순환정전이라는 전력대란을 겪은 바가 있다. 또 올 들어 5월 말부터 때 이른 폭염으로 지난 6월7일 갑작스럽게 예비 전력이 316만kw까지 하락한 것을 경험했다. 이때 비상 전 단계인 '관심' 경보가 발령돼, 정부와 전력당국은 식은땀을 흘렸다. 모든 언론이 일제히 지난해 전력대란을 언급하면서 이 상황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앞으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각 기업과 기관, 가정에서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냉방 기기들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텐데, 이런 위급 상황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에 이어 가정용 전기요금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우리는 값싼 에너지에 중독돼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정책 탓에 국민들은 위기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일본이나 영국의 절반 정도이고 미국보다도 30%가량 싸다. 이런 이유로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각성이 없고, 국가 총에너지 소비량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선 당장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발등의 불이 됐다. 이는 한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에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에너지는 고갈되어 가고 있으나 인류의 에너지 씀씀이는 더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값싼 에너지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지 않으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상당기간 인류는 화석에너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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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1일엔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위기대응훈련을 통해 최대전력사용량이 약 548만kW 절감됐다고 한다. 국민들의 절전 동참을 통해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양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번 전력위기를 모든 국민이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에너지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하나로 연계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에너지절약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 우선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통해 작년과 같은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력수급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기업도 산업현장에서 불필요한 전력낭비를 막고 전력절감 제품 개발 및 보급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 가정에선 냉방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는 생활 속 실천노력들이 필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고갈이 과학적인 이론만이 아닌,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나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자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