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펜스 밖으로 나온 '평화의 소녀상'…"완전 개방은 아직"

6년 만에 펜스 밖으로 나온 '평화의 소녀상'…"완전 개방은 아직"

김서현 기자, 박상혁 기자
2026.04.01 15:44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 위치한 평화의소녀상 옆에 꽃다발과 추모패가 놓여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 위치한 평화의소녀상 옆에 꽃다발과 추모패가 놓여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이 5년10개월 만에 경찰 바리케이드 밖으로 나왔다. 소녀상을 둘러싼 바리케이드는 일부 시민단체의 위안부 피해자 모욕 시위에 따른 보호 차원에서 2020년 6월부터 세워졌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인근에 위치한 소녀상 앞에서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정의연의 요청에 따라 경찰은 이날부터 수요집회부터 집회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바리케이드를 개방하기로 했다.

이날 수요집회는 지난달 28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추모하면서 시작됐다.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펜스가 잠깐 치워졌지만 집회가 끝나면 소녀상은 다시 감옥 안에 갇힐 것"이라며 "소녀상을 모욕해 온 김 대표의 구속이 확정됐지만 역사를 부정하는 카르텔은 아직 빙산의 일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김 대표)의 뒤에는 뉴라이트 학자와 아스팔트 우파, 식민지 극우 엘리트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도사리고 있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할머니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수요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바리케이드없이 모습을 드러낸 소녀상 옆에 앉아 인증 사진을 찍었다. 소녀상을 앞에 두고 절을 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브라질에서 온 올리바씨(40)는 "소설 '하얀 국화'를 읽고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며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가 토요일에 다시 떠나는데, 갇히지 않은 소녀상을 보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얀 국화'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작가 매리 린 브락트의 장편소설이다.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끌려간 소녀 '하나'의 삶을 다뤘다.

수요집회가 종료된 후 소녀상 옆에는 보랏빛 꽃다발이 놓였다. 곁에는 꽃 이미지와 함께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추모패가 놓였다.

집회가 끝나고 10분 정도 경과된 오후 1시12분쯤 소녀상은 다시 바리케이드로 둘러쌓였다. 시민들은 "소녀상이 다시 갇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을 주축으로 한 극우단체가 2020년부터 소녀상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열기 시작하면서 소녀상은 오랜 기간 바리케이드 안에 갇혀야 했다. 바리케이드의 일시적 개방은 김 대표가 지난달 20일 구속되는 등 사태가 개선된 데 따른 조치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잠시라도 펜스가 걷혀 기쁘지만 완전히 철거돼 더 많은 시민이 소녀상과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소녀상을 위협하던 사람이 구속돼 큰 위협은 사라졌지만 경찰·구청에서는 상황을 더 살피는 것 같다"며 "4주 후에 완전 철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펜스를 철거하면 경비 차원에서 소녀상 훼손을 방지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며 "전면 개방해도 문제가 없을지 유예기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일 수요집회가 종료된 지 10여분 지난 시점 경찰이 소녀상 주위로 다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소녀상의 조각가인 김서경 작가가 이를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1일 수요집회가 종료된 지 10여분 지난 시점 경찰이 소녀상 주위로 다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소녀상의 조각가인 김서경 작가가 이를 아련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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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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