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의 경제학' 연 1조원 탈세 수면으로

'가짜석유의 경제학' 연 1조원 탈세 수면으로

이현수 기자
2013.01.11 15:5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타깃으로 '가짜석유'를 지목한 가운데 한 해 가짜석유로 인한 탈세 금액이 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수위원회가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내놓은 '석유수급 보고 전산화시스템'이 실행되면 대규모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한국석유관리원이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된 '가짜 석유 시장 규모 및 탈루 세액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가짜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은 총 1조76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짜 경유는 70.63%인 7606억원을 기록해 가짜 휘발유(3122억원) 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석유란 석유제품에 다른 석유제품을 혼합해 차량, 기계 등의 연료로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제조된 것을 말한다. 가짜경유의 절반 이상은 등유를 혼합한 형태인데, 이는 등유에 부과하는 세금이 경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원료공급-제조-판매책'으로 구성된 '기업형' 가짜석유 유통조직까지 출현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이 판매 동향을 근거로 추정한 가짜석유 유통량은 한 해 약 670만 배럴로, 이는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 조사에서는 2005년부터 5년 간 가짜석유제품 유통으로 인한 탈루세액이 6조8695억원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가짜석유와 관련한 지하경제는 최근 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석유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을 통해 수면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전산화시스템은 현재 각 주유소에서 석유관리원에 월 1회씩 보고하는 휘발유·경유·등유의 거래 상황을 매일 실시간 알리도록 하는 것으로, 지경부는 현재 6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그간 수급 거래상황을 매월 한 번씩 보고하는 방식은 정확성과 적시성에서 크게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유소나 대리점에서 거래한 내역을 몰아서 집계하다 보니 실수가 생기거나 일부 주유소가 숫자를 가공해도 모르고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주유소 주인이 바뀌거나 임대에서 자영으로 넘어가는 일도 있기 때문에 집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석유공사와 크로스체킹을 거치면서 이상 징후를 조사하는 데 두 달 가까이 걸려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주유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수 업체들의 문제를 가지고 1만3000개 주유소 전체를 범법 대상으로 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유업계는 탈루세액의 추정치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이 지난 2009년 자료를 기준으로 가짜석유 유통량과 탈루세액을 산정했기 때문에, 과대 추정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2011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이번 조사에서도 똑같이 1조원 이상의 탈루금액이 발견됐다"며 "일부 가짜석유 판매업체를 골라내면 다수의 업체들이 이익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범법 대상으로 본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향유를 누리던 탈세업체들의 이익을 없애면 유통시장이 투명해지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될 것"이라며 "한계주유소 얘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전산화시스템이 실행되면 정상적 사업자들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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