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美 사고] 국토부 "조종사 과실 판단 아직 일러"
정부가 미국 연방항공안전위원회(NTSB)의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에 관한 브리핑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NTSB는 블랙박스 예비판독 결과 사고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방파제에 충돌하기 직전 목표 접근속도가 낮았다며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NTSB 위원장이 블랙박스 예비 해독 결과를 공식 브리핑한 것으로 안다"며 "(블랙박스 해독 내용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버라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전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당시 속도가 너무 느려서 충돌 7초전에 속도를 높이라는 실속경보가 조종석에서 4초간 울렸다"고 밝혔다.
NTSB는 사고기의 활주로 접근속도가 시속 124마일로 통상적인 접근속도인 시속 158마일을 크게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너무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해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착륙을 중단하고 기수를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동체 꼬리가 방파제 부근에 부딪혔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논란거리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스코프(Glide scope)' 고장도 사전에 고지된 내용이었다고 국토부는 확인했다. 사고기 조종사들은 글라이드 스코프가 작동하지 않아 수동착륙(비정밀 접근착륙)을 시도했다.
비행기가 알아서 착륙 기재를 작동하는 것과 달리 수동착륙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고 직접 착륙을 한다. 이때 조종계기판에 속도와 진입각도 등이 모두 표시된다.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 언론 보도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들이다.
최정호 실장은 "수동착륙이라고 하면 계기비행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무 정보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착륙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수동이라 해도 착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계기판에 제공되기 때문에 '자동이냐 수동이냐'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착륙 사고에 관한 모든 내용은 한·미 공동으로 블랙박스를 비교분석한 다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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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 실장은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블랙박스 해독을 포함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통상 1년 이상 걸리고 길게는 3년이 소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종사 비행시간 논란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기 조종간은 부기장이었던 이강국 기장(46)이 잡았다. 이 기장은 최근까지 B737 기장으로 활동하다 B777로 기종변경을 하던 중이었다. 베테랑인 이정민 기장(49)은 교관으로서 부기장 역할을 수행했다.
이강국 기장은 이번 비행 직전까지 B777 조종시간이 43시간이었다. B777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장이라 해도 기종을 변경할 때 일정 비행시간 또는 횟수를 충족해야 하는 '관숙비행' 기간을 거쳐야 한다. 20회 운항 또는 운항 횟수 10회를 포함한 60시간이 기준이다. 이강국 기장의 경우 60시간 중 43시간을 이미 채운 상태여서 기간이 짧았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최 실장은 "이 기장이 A320, B737 기장 시절에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수차례 이·착륙 했던 경력이 있는데다 관숙기간 기준에 의해서도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로 파견된 한국 사고조사반은 오늘 오전 6시부터 조종사들과 면담을 진행 중이다. 조사반은 9일 미국과 공동으로 조종사 면담을 다시 한 번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사고발생 국가인 미국측의 결정에 따라 공개 여부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실장은 "면담 결과만 갖고 객관적 상황이 나올 수 없어 공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지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하면 우리도 내용을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