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만원권 블랙홀' 따로 있었다

[단독] '5만원권 블랙홀' 따로 있었다

신희은 기자
2013.08.21 05:47

검은거래 의혹 확산… 한은, 추적 해보니 의외의 곳에 '뭉칫돈'

'그 많던 5만원권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탈세나 검은 거래를 위해 장롱이나 사과박스 속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한국은행이 돌아오지 않는 5만원의 행선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5만원권 블랙홀'이 두군데로 압축됐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경기(평택 안산)와 경남(창원)의 공단 지역이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의 발행액 대비 환수액이 가장 낮은 곳은 한은 경기지역본부와 경남지역본부로 파악됐다. 두 지역본부는 중소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는 공단지역을 관할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한은 지역본부에서 5만원권 환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일부 공단 지역에서 수요는 많고 환수는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시중은행이 한은에 개설한 당좌예금계좌를 통해 5만원권을 공급하기 때문에 은행을 통한 5만원권의 동향 파악이 가능하다. 시중은행이 지역 대표격인 '모점'을 통해 영업에 필요한 현금을 한은 지역본부로부터 공급받는 과정에서 5만원권 수요가 파악되고, 5만원권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불필요한 현금을 한은에 입금처리하면 환수로 잡히는 구조다.

한은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특히 수원, 안양, 평택, 안산, 시흥, 화성 등 경기남부지역을 관할하는 한은 경기본부에서 5만원권의 환수율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본부는 평택 포승산단, 안산 반월·시화산단 등 수도권 일대 주요 국가산업단지의 화폐수급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인천 남동산단 화폐수급 업무도 함께 한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창원 산단이 있는 경남본부에서 5만원권 수요가 높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한은이 공급한 5만원권 지폐가 주로 어디로 나가는지, 왜 돌아오지 않는지 지역본부에 파악해보니 공단에 있는 은행 점포를 통해 중소기업으로 많이 나간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에도 국가산업단지가 많기는 하지만 경기 등 수도권 일대가 규모가 크고 수도 많기 때문에 5만원권 환수액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중소기업의 5만원권 보유가) 거래나 보관목적인지는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중소기업은 월단위 매출이 크지 않아 매달 부품 등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백, 수천만원이 현금으로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엔 10만원권 자기앞수표나 어음을 활용한 거래가 많았지만 5만원권 발행 이후 수표 수요가 상당수 5만원권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는 설명이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보다 5만원권 현금을 사용하는 게 편리하고 은행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도 줄일 수 있다는 것. 물론 탈세나 증여, 거래추적을 피할 목적으로 현금거래를 늘리는 기업들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게 조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거액자산가의 경우 최근 개인금고 판매량이 급증하고 은행의 대여금고 서비스가 각광을 받는 등 현금보유 움직임이 일찌감치 감지돼 왔다.

한은은 공단 지역 이외에도 동대문, 남대문 등 대형재래시장과 환전상이 밀집해 있는 명동, 경마장 카지노 등지에서 5만원권 수요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거액자산가는 물론 대형재래시장 소상공인, 중소기업까지 5만원권 수요에 가세, 탈세나 지하경제 확대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시중에 풀린 5만원권 지폐는 37조5502억원 규모다.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의 66.5%이다. 전월보다 3943억원(1.1%) 늘었고 전년 동월보단 8조1641억원(27.8%) 증가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금액기준으로 미국의 100달러는 91%, 일본의 1000엔은 71%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향후 5만원권 지폐 발행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만원권 대체수요를 감안해 2만원권이나 10만원권을 추가로 발행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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