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소비자물가가 10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긴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값이 급등하고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꿈틀거리는데 물가는 '안정'세다. 이번에 여름철 화장품 할인 행사 덕을 봤다. 하지만 이를두고 물가 착시, 체감 물가와 괴리 등 논란이 거세다. 일부 품목의 가격 인하가 전체 물가 추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채소값 급등 vs 화장품값 인하=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3% 상승했다. 지난 11월(1.6%) 이후 10개월 연속 1%대다. 상승폭은 7월(1.4%)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에 비해선 0.3% 올랐다. 지난 7월(0.2%)에 이어 두달째 오름세다.
겉모습만 보면 '안정세'다. 하지만 상품별로 보면 다르다. 농축산물은 전월대비 3.6%, 지난해 같은달 대비 2.1%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달에 비해 시금치(47.2%) 양상추(59.8%), 양배추(52.2%), 부추(35.9%) 등 채소값이 많이 뛰었다. 채소는 16.4%, 과일은 4.15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만 보면 6.6% 뛰었다.
이 영향으로 신선식품지수는 전월비 6.9% 올랐다. 반면 공업제품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7월에 비해서 오히려 0.2%하락했다. 석유제품은 1.0% 올랐다. 하지만 화장품(-15.0%) 세일 영향이 대부분 상쇄했다. 전기·수도·가스 요금도 꿈틀댔다. 7월에 비해 0.4%,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3.4% 올랐다. 집세는 전년동월대비 2.6% 각각 상승했다. 전세는 3.0%, 월세는 1.6% 올랐다.
◇화장품의 힘?= 문제는 1%대 물가가 갖는 착시효과다. 화장품 가격 하락만으로 1%대 물가가 만들어진 기현상 때문이다. 물가지수 가중치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1.3% 상승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확인된다. 농산물(2.3%)의 기여도는 0.11%포인트였다. 반면 화장품은 0.12%p를 끌어내렸다. 급등한 채소값 등 농산물 가격을 화장품 세일로 상쇄한 셈이다.
상품별 가중치가 낳은 결과물이다. 농축산물 128개 품목의 가중치는 77.6이다. 배추 1.7, 시금치 0.5, 고등어 1.5 등이다. 화장품(11개)의 가중치는 12.6이고 선크림 2.4, 로션과 영양크림이 각각 2.0 등이다.
배추가 선크림에 비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올 여름 선크림 값 세일이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면서 착시효과를 만든 셈이다. 실제 선크림값은 7월에 비해 30% 이상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비자물가지수 품목별 가중치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독자들의 PICK!
◇물가 안정인데 물가 대책= 정부도 착시 효과를 알고 있다. 1%대 물가 안정에도 불구, 물가 불안 요인이 잠재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당장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축산물 등 제수용품의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급등세를 보였던 채소값의 경우 날씨가 변수다. 태풍 등 기상이 악화되면 안정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시리아 등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도 불안하다.
정부는 이에따라 3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확정, 발표한다. 배추, 명태 등 주요 농축수산물에 대해 정부 비축물량을 풀어줘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국제유가를 면밀히 살피고 유통구조개선 등 구조적 물가안정 개선 과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