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위의 공무원들-세종/서울 '기형 행정' 이대론 안된다⑤-2]법 제정후 헌재 4명 '합헌'시 가능 "정치권 결단이 전제"
헌법재판소가 2004년 '관습헌법'을 들어 '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결정했지만, 청와대나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재추진한다면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헌재는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조선시대 '경국대전' 등을 근거로 한 관습헌법 판결은 당시에도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 커다란 파장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헌재는 그러나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합헌이라고 결정해 '세종시대'를 가능하게 했다.

당시 헌재가 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합헌 결정은 헌법적 정당성과 관련된 판단일 뿐 세종시 설립의 경제성과 효율성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헌재도 이 문제가 실제 도시 건설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 세종시 이전후 행정분리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청와대나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신행정수도 위헌소송과 행정중심복합도시 위헌 소송 모두를 대리했던 이석연 변호사도 세종시 건설 이후 "행정부가 분할돼 국가 운영의 효율성, 능률성에 있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2004년 헌재는 관습헌법상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규정한 뒤 "수도는 입법기능을 수행하는 국회가 있어야 하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고 정의했다. 당시 헌재 결정을 인정하면 청와대나 국회 이전은 수도이전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성문 헌법에 수도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개헌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국회의 이전을 위해 개헌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평가받는다.
개헌 절차는 우선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동의를 얻거나 제적 국회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헌법개정안은 국회 제적의원의 3분의2 찬성으로 의결되며 국회 의결 후에는 30일 이내에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국민두표에서도 국회의원 선거권을 가진 국민의 절반 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의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적으로 개헌이 이뤄진다.
차기 대선 등 정치적 모멘텀이 확대된다면 모를까, 새 정부 출범이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이 충청권 수도권은 물론 전 국민적 논란을 불러 일으킬 개헌을 발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04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서울시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전신)이었다는 점에서 여당이 개헌을 추진하기에는 더욱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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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당시 헌재가 내세운 관습헌법 논리는 명시적인 성문 헌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헌 없이도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뒷받침할수 있는 특별법을 새로 만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아직 수도를 서울로 해야한다는 여론이 존재하는 이상 법안에 대한 위헌소송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법안 위헌판결을 위해서는 9명의 헌법재판관중 6명이 위헌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4명만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헌법을 바꾸지 않아도 청와대나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얻게 된다. 2004년 위헌결정을 내렸던 재판관은 모두 퇴임한 상태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과거에도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수도 규정을 헌법상에 두는 것이 온당하냐는 논란이 많았다"며 "법리상으로는 개헌 없이 헌법기관의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치권의 결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