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현장을 가다… 내년 6월 준공 앞두고 막바지 '구슬땀'

경북 경주 양북면 봉길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 현장.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언덕을 돌아가자 거대한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로 뚫린 폭 7.2m, 높이 6.2m의 커다란 동굴은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될 지하 '사일로(방폐물 보관창고)'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동굴은 경사각을 약 10도로 설정, 100m 진행 때마다 깊이가 10m 깊어지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현장 안내를 맡은 김두행 원자력환경공단 토건팀장은 "경사각을 더 높이면 이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지만 방폐물 운반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방폐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경제적 경사각이 약 10도"라고 설명했다.
차를 타고 총연장 4㎞에 달하는 동굴을 10여분 내려가자 해수면 아래 80m에 위치한 6개의 사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50m, 넓이 25m로 두께 60㎝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이는 사일로는 마치 원자력발전소의 돔 구조물을 연상시켰다.
김 팀장은 "사일로를 원자로가 위치한 원전 돔 구조물과 거의 흡사한 규격으로 건설했다"며 "다른 나라 방폐장 관계자들이 사일로 규격을 이렇게 크게 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을 정도로 안전성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사일로 주변은 크레인 등 각종 건설장비가 동시에 내뿜은 배기가스가 지상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하루 평균 400여명의 인력이 막바지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경주 방폐장의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98.21%. 2005년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방폐장을 유치한 뒤 2008년 8월 착공, 당초 지난 2010년 6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암반보강 작업 등 안전성 강화를 위해 공사기간을 연장해 내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김 팀장은 "시설의 핵심인 사일로 부근의 암질 등급이 예상보다 낮아 보강작업을 진행하느라 공사기간이 다소 늘어났다"며 "안전성에 최우선을 두고 보강작업을 꼼꼼히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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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축축히 젖은 바닥을 가리키며 "먼지 때문에 일부러 뿌린 물이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농담을 건냈다. 실제 공사현장 곳곳에 설치해 놓은 펌프에서는 한 방울의 물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경주 방폐장은 국내 최초의 중·저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시설로 총면적은 214만139㎡ 규모다. 총 80만드럼 중 1단계 사업으로 10만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이 아시아 최초로 동굴처분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다. 공사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6월 준공되면 사일로에는 각각 약 1만6500드럼 규모의 방폐물이 300년간 보관된다. 드럼에 담긴 방폐물은 원전 정비과정에 사용된 덧신이나 장갑, 작업복, 부품, 필터는 물론 연구실 주사기 등 모두 중·저준위 방폐물이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방폐물은 아무리 길어도 300년이 지나면 더 이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방폐물이 반입이 완료돼 사일로가 가득차면 상부를 쇄석(자갈)으로 채운 뒤 입구를 외벽과 같은 두께의 콘크리트로 영구적으로 봉인한다.

사일로 견학을 마치고 향한 곳은 방폐장 지상지원 건물내 방폐물 인수저장시설. 각 원전에서 옮겨진 방폐물은 일단 이곳에서 전수검사와 표면 방사능 검사, X선 검사, 압축검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 이상이 발견된 드럼은 '반입 불합격' 판정을 받아 해당 원전으로 다시 돌려보내진다. 실제 월성 원전에서 반입된 방폐물 1000드럼 가운데 464드럼이 인수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반출 처리된 바 있다.
현재 인수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방폐물은 울진 원전에서 반입한 방폐물 1000드럼과 월성 원전에서 반입한 방폐물 536드럼,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폐아스콘으로 1115드럼 등 총 2651드럼이다.
김태식 원자력환경공단 상생협력팀장은 "인수저장시설 외부에는 10대의 환경 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돼 누구나 직접 눈으로 현재의 방사선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시설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