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 귀하다고? 한은 직원용 ATM은 '무제한'

신권 귀하다고? 한은 직원용 ATM은 '무제한'

이현수 기자
2014.01.28 08:32

한은, 일반인에겐 1만원권 50만원 제한…직원 이용 ATM 써보니

한국은행 건물 내부에 위치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인출한 신권
한국은행 건물 내부에 위치한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인출한 신권

"매년 1만원권 신권이 충분하지 않다. 기존 사용권이 있는데 무한정 신권을 찍어낼 수는 없다. 화폐 제조비가 많이 들고, 세금 내는 국민에게 부담이다."(한국은행 발권국장)

설을 맞아 한국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이 고객 1인당 신권 교환 규모를 제한하고 있지만, 한은 건물 내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는 '무한정 신권' 출금이 가능하다. 출입이 허용되는 한은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기기여서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 세금'을 운운하는 한은 입장이 무색할 정도.

27일 오후 12시 30분 기자가 찾은 한국은행 내 A은행 ATM에서는 이미 1만원권 인출 자체가 불가능했다. 직원 다수가 기기를 이용해 설맞이 신권을 챙겨간 것. 신입행원들로 보이는 이들은 "정말로 신권이 나온다"고 얘기를 나누며 현금을 인출해갔다.

옆에 위치한 B은행 ATM에서 60만원을 인출하니 1만원짜리 사용권 5장과 함께 빳빳한 신권 55장이 쏟아졌다. 한은이 일반인 1인당 하루에 제한하는 1만원 신권은 50만원 규모. 국민에게는 "제조비가 많이 든다. 세금이어서 신권을 무한정 배분할 수 없다"고 했지만, 본인들은 제한 없이 신권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은 건물에 있는 시중은행 ATM에서 신권이 나오는 이유는 '특별관리'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인점포별로 신권이 할당된다. 각각 지정 기준이 있어 다르다"며 "기준대로 해당 사무소에서 관리를 하고, 넣어놓은 대로 신권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한은으로부터 배분받은 신권을 한은 내 ATM에 우선 채운 것으로 추측된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은행에서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설맞이 신권 교환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권 교환에 제한이 있다는 소식에 발 빠르게 은행을 찾았던 시민들은 한은 ATM에서 신권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에 허탈한 반응이다.

최모씨(63·여)는 "손주들에게 새 돈 쥐어주려고 은행에 갔는데 1만원 짜리 10장밖에 안줬다. 아침내내 이곳저곳 왔다 갔다 했다"며 "한은에 있는 기기에서 새 돈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1만원은 설맞이 신권 수요가 가장 많은 화폐단위다. 지난 24일까지 한은 창구를 통해서 나간 1만원권 신권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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