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해현경장(解弦更張) 각오로 원칙을 지킨다"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한울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현장. 순수 국내 기술 100%로 만든 원자로의 신한울 원전1호기 설치를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 축사를 맡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어렵사리 입을 연 조 사장은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담담한 표정의 조 사장은 "조용한 분위기속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면서, 안전의식을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기자"고 말했다. 그는 당초 이번 행사를 취소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한다는 생각에 조용하게 설치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도 시종일관 조 사장의 마음은 무거웠다. 행사 시작땐 모든 관계자가 묵념하는 시간도 가졌다.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 토요일엔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말로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파 본인도 모르게 울었다고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추모를 마친 그는 곧바로 서울 한수원 집무실로 향했다.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전 안전을 챙겼다.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한수원 3대 혁신과제를 직원들에게 강조했는데, 핵심은 결국 안전이었다.
조 사장은 이날도 설치식이 끝나자마자 한울원전에서 13km 떨어진 비상상황실을 찾았다.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는지 직접 현장을 점검한 것이다. 원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안전의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길 바라는 조 사장을 직접 만났다. 이날 행사 시작부터 4시간30분간 조 사장과 함께 움직이며 인터뷰를 했다. 조 사장의 머릿속엔 오로지 '안전' 두 글자만 새겨져 있었다.

- 직원들에게 안전의식 고취 차원에서 원자로 설치식을 개최했다고 들었다.
▶ 한수원이 과거엔 안전성과 효율성을 따졌지만, 이제는 안전이 최우선 가치다. 안전이 없으면 원전도 없는 것이다. 효율성도 경제적 측면에선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게 된다. 효율성을 생각해 계획예방정비를 서두르면 문제가 생긴다. 기존에 30일이었던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35일로 늘렸다. 첫째도 안전이고 둘째도 안전이다. 직원들과 안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조용히 열었다.
- 원전 비리가 결국 안전을 헤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당연한 지적이다. 경제성만 강조하면서 업무를 서두르면 위조를 할 수 있게 되고, 문제가 발생한다. 시험성적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비리가 발생하고, 납기를 빨리 맞추다보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 서두르지 말고 매뉴얼대로 법을 지키면서 일을 해야 안전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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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비리 문제는 이제 거의 해결이 된 것인가.
▶ 지난해 이미 전수조사해서 모든 걸 오픈했고, 문제있는 것은 수사를 의뢰했다. 지금 언론을 통해 나오는 것은 지난 2007∼2010년에 일어난 것이고, 계속 발표가 나온다. 잘못된 것은 분명히 객관적으로 밝히고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이후부터는 수사의뢰 등 선제적 조치로 원전 비리가 없다. 언론에서 비리행위가 일어난 시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
- 비리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 원전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 차단했다. 원전 부품의 공급망 형성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보고, 구매 관련 조직인 구매사업단의 전문성을 높였다. 경영활동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부서인 품질보증실과 감사실의 기능을 확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등 공공기관 중 최초로 부품 원가 조사 작업을 실시해 애초에 원전 비리가 싹틀 수 없도록 원전부품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했다.

-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해 CEO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 결국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일주일 또는 열흘에 한번 발전소 현장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전국 발전소를 세바퀴 돌았다. 울진같은 경우엔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사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지 살펴보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현장에선 직원들의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복된 훈련, 근본적인 매뉴얼의 100% 실행만이 안전을 지킬 수 있다.
- 취임하면서 강조한 3대 혁신은 성과를 내고 있나.
▶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조직‘, ’인사‘, ’문화‘ 등 3대 혁신을 주문했다. 내가 직접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혁신의 기본 틀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밑에서부터의 개혁이다. 조직은 구매사업단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본사 인력의 22%를 감축해 현장에 배치하는 등 현장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지난해 말 고위 간부를 외부로부터 영입하고, 사무직과 기술직군간 교차보직을 운영해 직군간 장벽을 무너뜨린 인사 혁신이 있었다. 침체된 사내 분위기를 바꾸고 행복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문화를 바꿨다. 이 모든 혁신 중심엔 안전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말이면 추진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수원 조직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는 것 같다.
▶ 직원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의미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을 강조하고 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의미다. 물론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긴장을 해야한다. 원전비리는 일부의 잘못이고, 지금도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 원전 업무를 전문적으로 훈련이 된 한수원 직원들이 할 수 있다. 긴장하되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