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작 그림을 원없이 볼 수 있는 곳이자 매일 저녁 요한 스트라우스가 작곡한 왈츠 공연이 열리는 곳.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녹지대며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유럽의 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이 아름다운 도시에 지난달 말 수백 명의 한인 과학기술자와 공학자가 집결했다. 유럽 내 한인 공학자들과 국내 산학연이 한데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연례 학술포럼 'EKC'(Europe-Korea Conference on Science,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인류를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독일·영국·프랑스·스웨덴·스위스 등 범 유럽권 한인 공학자들이 모여 항공·건축·바이오·에너지·정보통신기술 등 8개 분야의 최신 기술동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행사는 2008년부터 매년 열리긴 하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해외 한인공학자들 일부가 국내 기업들의 국제기술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기술협력지원단'(K-TAG, Korea Technology Advisory Group)을 꾸리고 우리 기업들의 현지 도우미로 나섰기 때문이다.
K-TAG에 소속된 한인공학자들은 각 분야의 기술전문가다. 이들은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제기술협력사업에 참여해 해외 산학연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를 측면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국제기술협력을 원하는 국내 기업이 현지 협력파트너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기업이 과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거나 애로기술 해결에 필요한 자문, 기술사업화 컨설팅 등 각자의 주특기에 맞추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TAG에 참여하는 한인공학인 전문가풀(pool)은 미국과 유럽에 걸쳐 150여명에 달한다.
기업이 선진기술을 단기간에 습득하고 글로벌 시장 수요를 확보하는 데는 해외 파트너와의 국제협력이나 공동 R&D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용자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해외 시장정보 습득이나 파트너 찾기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올해 3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현지 파트너를 확보할 때 개인적 친분이나 과거 경험 등 주로 개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 한인공학자들이 기업들의 현지 파트너 발굴에 도움을 준다면 국제기술협력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확인됐다. 이번 K-TAG 유럽 발대식에서는 국내 기업 10개사가 현지에서 네트워킹 상담을 벌여 K-TAG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현실로 만든 바 있다. 7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K-TAG 미국 발대식에도 국내 기업 18개가 네트워킹 상담을 하기 위해 참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산업기술은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이제는 해외에서 먼저 협력의 손을 내밀 정도로 그 수준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2만명에 가까운 재외 한인공학자 네트워크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나섰으니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겠다. K-TAG 발대식에서 만난 한인공학자들 역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일이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어느 지역, 어느 국가에 진출할지, 어느 산업군인지에 따라 각 기업의 요구사항이 다른 만큼 보다 세밀하게 운영지침을 만들어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AG가 국제기술협력을 발판삼아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기업들에 든든한 날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