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거미박사' 유정선 생물자원관 과장 "편견 깨는 노력할 것"

"단지 외모가 징그럽다고 거미를 혐오스럽게 보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거미는 우리에게 유용한 무한한 가치를 담고 있는 보물단지다."
유정선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46)은 우리나라에 단 3명 뿐 인 '거미박사' 중 1명이다. 동국대에서 동물계통분류학을 전공하면서 거미의 세계에 입문, 늑대거미를 연구해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8월부터는 국가 생물자원을 발굴·확보·소장·연구하는 생물자원관에서 환경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유 과장은 거미가 인간에서 해로운 동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징그럽고,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인식 탓에 생물자원으로서 거미의 연구기반이 약한 것이 항상 아쉬운 부분이다.
거미와 같은 동·식물 등 생물자원은 신종전염병,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 식량부족 등 인류난제해결을 위한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규모만도 700조원에 달해 '그린골드(Green Gold)'라고 불린다.
특히 거미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산업적 가치를 주목받고 있다. 가장 연구가 활발한 분야는 거미줄(spider silk). 거미줄은 수백만의 개별 단백질 분자가 서로 꼬여 엄청난 내구성을 지닌다.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도가 20배 크다. 슈퍼섬유로 불리는 미국 듀폰사의 케블라와 비교해도 4배 강하다.
여기에 탄력성은 나일론의 2배에 달하고 자체적으로 방수기능도 갖고 있다. 항공·우주·군사·바이오 등 여러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거미줄을 응용한 이른바 '바이오 스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거미줄뿐 아니라 거미 독은 의료·바이오 분야, 거미의 다리구조는 로봇 분야에서 활용성이 연구되는 등 거미의 생물자원으로서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유 과장은 "국내에 자생하는 거미는 약 700종으로 사람에게 위협이 될 만한 독거미는 없다"며 "벼멸구, 매미충, 모기 등 해충을 잡아먹어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미가 가지고 있는 경제·산업적 잠재적 가치는 말 그대로 무한하다"며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열악한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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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과장은 거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남몰래 한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거미를 대상으로 손으로 직접 그린 세밀화와 특성 등을 담은 '거미 생태 도감'을 만드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옛 격언처럼 도감을 통해 거미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거미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유 과장은 믿고 있다. 거미뿐 아니라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동·식물로도 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 과장은 "거미는 오늘 밝혀낸 사실이 내일 다시 연구과제가 되는 신비한 생물"이라며 "환경부 공무원으로써 거미뿐 아니라 지금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되는 생물자원들을 발굴·보전하고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