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폐기물 16드럼 '영구처분'… 지하 80m 사일로서 300년 보관

13일 찾은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문무대왕의 수중릉을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언덕을 돌아가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방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인 경주 방폐장에는 이날 폐기물이 처음으로 처분됐다. 지난해 12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은 지 6개월만이다. 방폐장이 공식 가동되는 것은 사업 착수 시점을 기준으로 무려 29년만이다. 정부는 1986년부터 울진, 영덕, 안면도, 굴업도 등에 방폐장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가 2005년 11월에야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차를 타고 처분시설 입구로 이동하자 지하로 뚫린 시커먼 동굴이 나타났다. 폭 7.2m, 높이 6.2m의 크기가 위압적이었다. 폐기물이 처분될 보관창고인 '사일로'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동굴은 경사각을 약 10도로 설정, 100m 진행 때마다 깊이가 10m 깊어진다. 지하 95m에 위치한 사일로 입구로 이동하는데 약 20분이 소요됐다. 다소 더딘 진입속도에 이유를 묻자 현장 안내를 맡은 이정화 원자력환경공단 차장은 "경사각을 더 높이면 이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지만 폐기물 운반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경제적 경사각이 약 10도"라고 설명했다.
첫 처분이 예정된 제5사일로 입구에 도착하자 미리 이동을 마친 폐기물 운반차량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운반차량은 가로 2.7m, 세로 2.7m, 높이 1.14m의 전용 처분용기에 담긴 200ℓ 폐기물 16드럼을 싣고 있었다. 모두 원전 정비과정에 사용된 덧신이나 장갑, 작업복, 부품, 필터는 물론 연구실 주사기 등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콘크리트로 만든 처분용기의 두께는 10㎝에 달했다. 바로 옆에 위치했음에도 방사선측정기에 표시된 숫자는 '0'이었다.

곧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처분이 시작됐다. 크레인이 7t 무게의 폐기물을 집어 사일로로 옮겼다. 해수면 아래 80m에 위치한 사일로는 높이 50m, 넓이 25m로 두께 60㎝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원자력발전소의 돔 구조물을 연상시켰다.
현장에 함께 한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환경과장은 ""사일로를 원자로가 위치한 원전 돔 구조물과 거의 흡사한 규격으로 건설했다"며 "다른 나라 방폐장 관계자들이 사일로 규격을 이렇게 크게 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을 정도로 안전성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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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안전검사를 진행한 결과, 사일로의 콘크리트 수명은 1640년으로 평가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경주 방폐장이 방사능 함유량이 가장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방폐장은 '영구' 처분시설이다. 6개의 사일로에 각각 1만6500드럼씩 총 10만드럼의 폐기물의 300년간 보관된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폐기물은 아무리 길어도 300년이 지나면 더 이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방폐물이 반입이 완료돼 사일로가 가득차면 상부를 쇄석(자갈)으로 채운 뒤 입구를 외벽과 같은 두께의 콘크리트로 영구적으로 봉인한다. 원자력환경공단은 올해 3008드럼을 처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