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 사후관리 길을 찾다-⑥]스위스 나그라 그림젤 연구소장 인터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두려워하는 여론도 있지만, 원자력의 혜택을 받아 온 만큼 방폐물을 처리할 책임이 있다는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
스위스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연구소 ‘그림젤’(GTS). 이곳을 운영하는 ‘나그라’(NAGRA)의 잉고 블레히슈미트 연구소장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두고 한 마디로 ‘책임’이라고 표현했다.
블레히슈미트 소장은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어, 이를 처리하는 것도 국가적 의무”라며 “때문에 연방 정부가 이런 지침을 내리고 있고, 부지 선정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9년 첫 원전을 가동한 스위스는 불과 3년 만인 1972년 방폐물 관리를 위한 조합인 나그라를 출범시켰다. 원전의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본 셈이다. 구체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해 나그라는 알프스 산맥의 중심에 그림젤 연구소를 세워 31년째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블레히슈미트 소장은 “스위스는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대한 과정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며 “나그라에서는 향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부지가 어떤 곳인지 연구해 선정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림젤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의 후보에서 제외돼 연구와 실험만 진행되고 있다. 화강암 지층으로 이뤄진 그림젤 보다는 점토암 지층이 더 안전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이 부족하다고 결론 나자,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뤄진 것이다.
블레히슈미트 소장은 “그림젤은 앞으로도 영구처분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없다”며 “실험에는 최적의 장소지만 알프스 산맥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 수십만 년 후까지 안전해야 하는 영구처분장 시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처분시설 건설에 있어 최우선시돼야 하는 게 무엇보다도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블레히슈미트 소장은 “연구 단계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고려 없이 가장 안전한 지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용후핵연료가 처분되고 몇 천 년 뒤에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위스는 노르드오스트와 주라오스트 등 두 곳을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 후보지로 압축한 상태다. 2020년쯤 부지선정과 국민투표 등을 거쳐 2060년 이후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