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표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발등의 불'… 전문가 "文정부 시급히 공론화 첫발 내딛어야"
원자력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남은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하는 저장시설의 포화도가 95%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상반기면 100% 포화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내버려 두면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춰세워야 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본부 건식저장시설(임시저장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량은 지난해 6월 말 30만1560다발에서 올 6월 말 31만3200다발로 늘었다. 이 시설의 총 저장용량은 33만다발로 포포화도가 94.9%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핵분열(연소)을 하며 에너지를 방출한 후 배출된 폐연료를 의미한다. 사람이 즉사할 정도의 강한 방사선이 나오는 고준위 방사선폐기물이다. 꺼낸 즉시 원자로건물과 연결된 습식저장시설(붕산수가 담긴 수조)로 옮겨 보관하며 방사선을 차폐하고 잔열을 떨어뜨려야 한다.
월성원자력본부는 국내 5개 원자력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건식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6년 정도 습식저장시설에 보관한 사용후핵연료를 운반용기에 담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 밀봉해 보관한다. 중수로는 농축하지 않은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많아 건식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조기 폐쇄가 결정된 월성원전 1호기를 제외해도 월성원전 2~4호기에서 매분기 4050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 산술적으로 1년 후면 건식저장시설이 포화된다는 의미다.
습식저장시설만 운영하는 다른 원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원전 습식저장시설의 총 저장용량은 19만5656다발인데 14만6390다발(74.8%)이 이미 찼다. 고리원전의 경우 포화도가 이미 91.2%에 이른다.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이 2024년, 한울원전이 2037년이면 각각 포화에 이른다.
2015년 박근혜정부 당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28년까지 영구처분 부지를 선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영구처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을 증설하고 고리원전에도 건식저장시설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 포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포함하면서 건식저장시설 확충도 중단됐다.
문제는 건식저장시설 확충도 영구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프랑스와 핀란드, 스웨덴, 스페인 등 주요 원전국처럼 사용후핵연료를 인간의 삶에서 영구히 격리시키는 최종처분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종처분 방안을 구체화하기 수 십 년이 걸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은 1983년 논의가 처음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5년간 표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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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지난 5월 은재호 한국갈등학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이 출범해 관련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올 하반기 구체적 검토 사항을 도출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