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폰, 日 규제 'EUV용 포토레지스트' 한국서 생산

美 듀폰, 日 규제 'EUV용 포토레지스트' 한국서 생산

세종=권혜민 기자
2020.01.09 11:00
/사진제공=듀폰
/사진제공=듀폰

미국의 화학소재 기업 듀폰(DuPont)사가 2800만달러(약 320억원)를 투자해 한국에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짓는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던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중 하나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을 방문 중인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8일(현지시각) 존 켐프 듀폰 사장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듀폰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한국에 투자하기로 확정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투자신고서를 제출했다.

충남 천안에 2021년까지 2800만달러를 투자해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 CMP패드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내용이다. 듀폰은 한국 내 자회사인 롬엔드하스전자재료코리아를 통해 1998년부터 천안 공장 2곳에서 반도체 회로기판용 소재·부품을 생산해왔다.

듀폰이 투자하는 EUV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 핵심 소재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기 전 노광(Photo) 공정에서 회로 모양을 그릴 때 필요하다. 이 소재는 지난해 7월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함께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에 올랐던 품목이다. 당시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승인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변경했다가 지난달 EUV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만 다시 특정포괄허가로 되돌렸다.

함께 투자하는 CMP패드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해 평탄화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패드다. 이 분야 듀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수입대체는 물론 국내 CMP 원재료 생태계를 강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는 모습. 2019.7.31/사진=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돼 있는 모습. 2019.7.31/사진=뉴스1

듀폰의 이번 투자 결정은 반도체 극소형화에 필요한 차세대 제품·기술을 개발하고 공급을 다변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특히 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점차 성장중인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가운데 최첨단 기술로 꼽히는 EUV 공정을 양산에 적용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뿐이다. 대형 수요기업이 한국에 있다는 점은 투자 매력 요인이다.

정부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핵심 소재‧부품‧장비 공급 안정화를 위해 듀폰과 직접 접촉해 투자유치를 협의해 왔다. 투자 부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고 임대료를 감면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그 결과 경쟁국을 제치고 한국이 최종 투자처로 선정됐다.

JSR, 신에쓰, 도쿄오카공업(TOK)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 온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이 한국에 지어지면서 국내 산업계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돼서다. 국내기업과 상생협력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양측은 한국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존 켐프 사장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을 위해 앞으로 한국 내 주요 수요업체와 제품 실증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의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특정포괄허가 허용 등 일본 수출규제 조치 해결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경쟁력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 장관은 9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에서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한국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투자가를 만나 투자유치활동을 진행했다. 소재‧부품‧장비, 신산업, 벤처캐피탈 분야 혁신기업 10곳을 초청해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벤처스, 에어프로덕츠, 고어 등 반도체 장비와 수소 등 다양한 분야 글로벌 기업이 함께했다.

성 장관은 한국의 투자 매력요인으로 안정적 투자환경과 혁신역량, 글로벌 FTA(자유무역협정) 네크워크 등을 언급하고 수소경제, 반도체, 스타트업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올해 산업부는 미국 투자유치활동을 시작으로 주요 투자국을 대상으로 전략적 IR(투자설명회)을 추진하며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신산업 분야 유망기업에는선제적으로 투자 인센티브를 제안해 협상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