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생각 다른느낌]긴급재난지원금 국채발행 조달별 국가채무 비율 5가지 시나리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신속한 지급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정부 따로, 여야 따로 각자 주장하기 바쁘다.
문제의 발단은 소득 하위 가구 70%라는 애매한 기준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정치권도 우왕좌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처음에는 정부안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더니 지금은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당론조차 없다. 황교안 전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00%를 지급을 주장했으나 유승민 의원과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금은 오히려 정부안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재원조달 문제도 논란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소득 하위 70% 지급안은 기존 예산을 전용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고 국방사업을 미루고 철도와 신항 등 사업일정을 연기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지 못할망정 오히려 줄인 것이다. 재정부채 40% 기준을 고집하고 추가 국채발행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일반정부 GDP 대비 재정수지는 –0.6%로서 OECD국 평균 –2.9%에 비해 훨씬 양호하다. 또한 일반정부 부채(D2=중앙정부+지방정부+비영리공공기관)는 한국이 40.1%로 OECD국 평균 109.2%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미국(106.9%), 일본(224.1%), 영국(111.8%), 프랑스(122.5%), 독일(70.3%), 이탈리아(148.5%) 모두 한국보다 매우 높다. OECD국 중 한국보다 부채비율이 낮은 나라는 에스토니아(12.7%), 룩셈부르크(29.0%), 뉴질랜드(34.5%) 세 나라 뿐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D1)는 중앙정부(699조원)와 지방정부(29.8조원) 합쳐서 728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8.1%였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중앙·지방정부 채무액은 815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41.2%(+3.1%p 증가)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지급대상과 금액이 올라가도 여전히 40%대 초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급대상을 소득 하위 70% 가구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필요한 추가 재원 3조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1.3%(+3.2%p 증가)로 올해 추정치와 큰 차이가 없다.
만약 기존예산 전용 없이 긴급재난지원금 10조원을 전액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면 국가채무 비율은 41.7%(+3.6%p 증가)로 올라가고,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주장한 전국민 50만원(총 소요재원 25조원)을 전액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42.4%(+4.3%p 증가)로 늘어난다. 만약 이재명 경기도 지사안대로 전국민 100만원(총 소요재원 50조원)을 전액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고 해도 국가채무 비율은 43.7%(+5.6%p 증가)로 40%대 중반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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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비율은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3.9%p 증가)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0%p 증가)에도 한 해에 3%p가 넘게 오른 적이 있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위기를 훌륭하게 극복했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경험에서 재정 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지난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 1930년대 대공황 수준이 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면서 각국은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 어디서도 사용하지 않는 재정부채 40% 기준에 매달려 재난지원금 지급대상과 금액을 꿰맞추려고 하는 행위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재정당국이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고 전례 없는 위기에 재정역할이 필요한 분야는 선제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가능한 더 우선순위 있는 분야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긴급재난지권금을 우선순위가 낮고 효율적이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 지급대상과 금액에 인색한 것이다.
22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채 발행에 반대하는 기획재정부는 생각이 과거에 젖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과거 고도성장 시기엔 투자자금이 부족해 기업에 몰아줘야 해 재원을 아껴야 했지만 지금은 소비 수요가 부족한 시대라 소비 진작이 주요 정책 과제인 걸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계소득을 보전해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를 늘려 경기부양에도 효과가 있다. 지금 당장 급한데 더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자금을 비축하자는 것은 전혀 경기부양 의지가 없단 소리와 같다. 이미 지난해부터 IMF, OECD 등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라 했던 주문과도 거리가 멀다.
기존 예산을 전용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돌려막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약 10조원의 국채를 발행한다 해도 당초 올해 국가채무비율 추정치(41.2%)에서 0.5%p 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국가채무비율 40% 기준에 매달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과 금액에 너무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