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봄 여수 석유화학 사업장에서 합성수지 저장설비(사일로)가 폭발했다. 사망자 6명을 포함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산업사고였다. 사상자 대부분이 협력업체 노동자였다. 사고는 정비보수 작업을 하던 사일로 하부의 맨홀 설치 작업 중 발생했다.
이렇듯 화학공장의 화재나 폭발 사고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정기보수 작업에 집중 발생하며 재해자의 대부분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정기보수 작업의 위험성이 높은 이유는 이 기간에는 운전 중인 상태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설비의 검사, 점검, 정비, 보수 등의 작업이 단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보수 작업 중에는 화재나 폭발 사고 위험이 높은 밀폐공간이나 화기 작업 등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짐으로 인해 사고발생 위험이 높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현장 경험과 설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다수의 협력업체 노동자가 비계 설치 및 해체, 용접, 설비 내부 세척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한다.
화재나 폭발 사고는 연소의 3요소 즉, 가연물, 공기 및 점화원에 대한 관리만 철저히 이뤄진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정기보수 작업 중에는 설비의 개방과 환기작업이 필수적이며, 점화원과 공기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연물의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설비의 정비보수 작업 전 내부의 위험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밸브 차단 후 잠금장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밸브는 차단해도 가스나 증기가 미세하게 유입될 수 있으므로 위험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맹판(격리를 위해 배관 사이에 설치하는 기기)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한 설비 내부 출입 전이나 작업 중에는 탄화수소, 산소 등의 가스 농도를 측정해 안전한 상태를 확인하고 작업해야 한다. 이러한 정비보수 작업 중의 가연물과 공기, 점화원의 관리는 반드시 안전작업허가절차의 준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안전작업허가서의 발급과 승인은 사무실에서의 형식적인 확인이 아닌 관리감독자의 현장 확인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최근 정부는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통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업현장을 밀착 관리 중이다. 반복되는 추락, 끼임, 부딪힘 등 후진국형 재해와 더불어 화재·폭발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에도 집중하고 있다. 안전한 사회 구축을 위한 이번 프로젝트 추진에 사업장과 노동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이제 곧 정기보수 작업이 집중되는 시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산업은 몇 년 전부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이유로 예산 절감을 하려다가 정기보수 작업 중 사고 예방에 소홀해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설비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이다. 올 가을에는 철저한 안전관리와 안전수칙 준수로 정기보수 작업 중 화재나 폭발 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이 없는 안전한 산업현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