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공정위에 '강제조사권' 부여 검토"…왜?

李 대통령 "공정위에 '강제조사권' 부여 검토"…왜?

세종=박광범 기자
2025.12.10 15:25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큰 형사 처벌보다 신속하고 처벌 효과가 큰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형법 체계의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며 "경제 제재를 통한 처벌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등에) 강제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제처에 지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 강제 조사 권한 여부와 현실성 등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조사에 강제성을 부여해 과태료를 현실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공정위원장에 강제조사가 가능하겠냐고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강제조사권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강제적 조사 권한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강제조사권 부여 검토 지시는 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경제 형벌 완화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앞서 정부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 경제 형벌을 줄이는 대신 과태료·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쿠팡의 약 3370만개 고객 계정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서도 형법에 따른 처벌보다는 과태료 처분을 현실화해야 한단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경제적 제재가 강화되려면 공정위 등의 충실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조사 단계부터 삐걱인다면 기업의 불법 행위에 상응하는 경제적 제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 내부에서도 현재보다 조사 권한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기업들이 조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면 힘든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며 "조사가 충실히 이뤄지려면 공정위 조사 권한이 더 강화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조사권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 조사는 원칙적으로 피조사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조사지만 지금도 사실상 강제조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하 공정거래법) 124조는 공정위 조사 시 폭언·폭행 및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한 조사 거부 및 방해, 기피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130조는 정당한 이유없이 공정위 조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 세아베스틸은 2020년 공정위의 고철 구매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현장조사 당시 업무수첩 등을 파쇄하고 단체 메시지가 깔린 업무용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정위에 강제조사권이 부여될 경우 공정위 조사의 강제력이 법적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사항의 내용을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결국 공정위가 조사를 잘 하기 위해 권한이 더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제도를 개선하란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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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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