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다. 관심사 중 하나가 대중 무역적자 해소 여부다. 정부는 통상 채널 복구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확대로 교역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한 관계 개선만으로 무역수지 반등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구조적 요인이 굳어진 결과다. 고부가 수출품 전환과 서비스·투자 확대 등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중 수출은 뚜렷한 하락세다. 2021년 1629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1308억 달러. 전년 대비 1.7% 더 줄었다.
중국 의존도 역시 급감했다. 2020년대 이전 25~26%대를 유지하던 비중은 최근 10% 후반대로 주저앉았다. 빈자리는 미국이 채웠다. 대미 수출은 2021년 959억 달러에서 지난해 1229억 달러로 급증하며 대중 수출액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무역수지는 이미 상황이 역전됐다. 중국은 과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무역흑자국이었다. 2010년대만 해도 연간 400억~500억 달러 흑자를 안겨줬다. 기류가 바뀐 건 2019년부터다. 흑자폭이 줄더니 2023년에는 181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전문가들은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배경으로 '구조적 변화'에 주목한다. 핵심은 중국의 기술 추격이다. 한국은 그간 부품·소재 등 중간재를 중국에 팔아 재미를 봤다.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의 '제조 2025' 등 기술 자립 투자가 성과를 내며 중간재 자급률이 급상승했다. 한국산 중간재를 찾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수출 타격은 불가피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와 공급망 재편도 직격탄이 됐다.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 미국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투자했던 국내 기업들도 미국으로 대부분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는 크게 개선된 반면 대중 무역은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무역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지난 5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분야 등에서 1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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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분야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이 '한중 상무 협력 대화 채널 신설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2011년 이후 중단된 장관급 정례 협의체를 복원하는 내용이다. 양국의 산업단지 투자를 확대하는 '한중 산업단지 협력 강화 MOU'도 체결했다.
민간에서도 소비재, 콘텐츠,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확대하는 9건의 MOU가 맺어졌다. 중간재와 제조업에 치우쳤던 대중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대중 무역적자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선 서비스와 고부가가치 상품 중심으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한중 FTA를 서비스·투자로 확대하는 2단계 협상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중 통상채널이 복원되면 시장 개방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대중 무역은 더 많은 시장과 상품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통상채널의 확대도 필연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