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공감대 메우고 공효진 이민호 이름값 할까?

소문난 잔치에는 왜 먹을 게 많을까?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식을 차려 놓으니 젓가락 갈 곳이 많다.
그렇다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건 또 왜 그럴까?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린 건 많아도 손님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상차림이라면 딱히 젓가락 갈 곳이 없다.
2025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tvN 토일극 ‘별들에게 물어봐’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사설이 길었다. 500억 원이 투입된 이 드라마의 첫 회 시청률은 3.3%였다. 전작인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6.5%로 끝난 것을 고려할 때 흡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 주였다. 3회 시청률은 2.2%였다. 4회가 2.8%로 소폭 상승했지만 1주차보다 2주차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것은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별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한줄 줄거리는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 이브(공효진)와 비밀스러운 미션을 가진 불청객 공룡(이민호)의 지구 밖 생활기’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SF물인데다가, 제작비만 500억 원이 투입됐다. 그만큼 볼거리는 많다.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안방에서 볼 수 있었다. ‘세상이 달라졌구나’ 느끼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딱 거기까지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왜?"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공룡이 700억 원을 주고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MZ그룹 총수가 죽은 아들이 남긴 ‘찌그러진 정자’로 인공수정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이 정자가 정상 형태로 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리고 공룡이 그 중책을 맡았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왜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지 선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현실적 스토리와 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별들에게 물어봐’의 초반 시청률은 그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충분하다. 그 이야기 전개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고,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 아쉬운 것은 캐릭터 간 화학작용이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파스타’와 ‘질투의 화신’ 등으로 유명한 서숙향 작가의 신작이다. 서 작가의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케미스트리가 높기로 유명하다. ‘파스타’에서는 주방 메인 셰프와 보조 셰프, ‘질투의 화신’에서는 기자 출신 앵커와 기상캐스터의 묘한 관계와 그 속에서 싹트는 간질간질한 로맨스로 대중의 마음을 녹였다. 여기서 배경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고 방송국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장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안의 구성 인물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또 발전시켜 가냐는 것이다.

앞 선 두 작품이 그 매듭을 잘 꿴 반면 ‘별들에게 물어봐’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이브는 우주선에 탄 초파리 두 마리가 교미하는 장면에 탄성을 내지른다. 그리고 공룡은 그 모습을 보며 호감을 갖게 된다. 반대로 공룡은 실험용 쥐의 심장이 정지하자 수술을 통해 깨운다. 이 모습을 본 이브는 공룡을 껴안는다. 이 장면을 보며 시청자들의 마음도 간지러워졌을까? ‘너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적잖다. ‘파스타’나 ‘질투의 화신’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러운 스며듦이 ‘별들에게 물어봐’에서는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을 우주로 삼아 다양한 볼거리를 주려고 했다지만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이 볼거리보다 이야기거리를 더 중시한다는 것은 간과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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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한국형 SF물이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영화 ‘더 문’과 ‘외계+인’을 비롯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승리호’와 ‘정이’에 대한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우주에서 보여주는 한국적 신파’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500억 원이 대단히 큰 제작비지만, 이미 대중은 5000억 원이 투입된 할리우드 SF물에 익숙해져 있다. 즉 보여주기가 아니라 이야기로 승부해야 옳은데, 앞선 SF물 뿐만 아니라 ‘별들에게 물어봐’도 그리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공효진, 이민호는 억울할 수도 있다. 공효진은 이미 서 작가의 앞선 두 작품을 비롯해 대다수 작품을 성공시킨 ‘흥행보증수표’다. 이민호도 최근 애플TV+ 파친코’로 호평받았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신통치 않은 반응이 온전히 그들의 잘못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직접 이 작품을 택했으며, 타이틀롤 임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그 성적표에도 ‘공효진’, ‘이민호’라는 이름이 적힐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별들에게 물어봐’가 아직 초반이라는 것이다. 4부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참신한 스토리가 전개되면 후반 반등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초반이니 지켜보자’로 말한다면 이 역시 현재까지의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새임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