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개봉되는 영화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2015)의 속편이다. 엑소시즘을 하는 2명의 수도자, 악령에 들린 어린 부마자, 그리고 이를 믿지 않거나 곱게 보지 않는 주변의 시선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만큼 두 영화는 필연적으로 겹치는 설정이 꽤 있다. 주연배우들의 포지션도 자연스럽게 겹친다. 송혜교는 김윤석, 전여빈은 강동원, 문우진은 박소담. 신부에서 수녀로, 여자 부마자에서 남자 부마자로 성별만 역(逆)으로 꾸렸다. 이중 ‘검은 수녀들’의 부마자를 연기한 문우진은 두 작품에 같지만 ‘다름’을 선사하는 특별한 존재다.
‘검은 수녀들’에서 전편과 비교 목록 중 크게 주목된 부분은 부마자 역할과 그 역량이었다. 오컬트 물의 핵심은 악령에 씐 구마자다. 구마자의 형체가 공포스럽고 괴기할수록 작품은 힘을 받는다. ‘검은 사제들’의 부마자는 박소담이었고, 그는 이 배역으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조연상을 휩쓸었다. 상이 따랐던 이유는 당연히 연기를 잘해서였다. 박소담은 악령에 씐 자의 서슬 퍼런 저주와 섬뜩한 표정은 물론이고, 더빙 없이 독일어·중국어·라틴어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공포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 결과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 이후로 주연길을 걸었다.

‘검은 수녀들’ 부마자 문우진(희준 역)의 연기도 가히 압권이다. 박소담 못지않고, 오히려 배경을 따졌을 때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박소담은 만 23세에 ‘검은 사제들’을 촬영했고, 문우진은 만 14세에 ‘검은 수녀들’을 찍었다. 박소담은 이미 겪어온 세월을 연기했지만, 문우진은 겪어보지 않은 현시점을 연기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미숙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검은 수녀들’에서 문우진은 이것의 철저히 반대편에 서 있다. 문우진은 누가 봐도 앳된 얼굴로,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악령과 소년의 경계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문우진의 연기는 ‘검은 사제들’의 영신을 떠올리기보다, 전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한 12살의 소녀 ‘엑소시스트’(1973)의 린다 블레어를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 공예 하듯 세밀하게 실어넣은 고통의 얼굴은 더 고차원의 부마자 영역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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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진은 선악을 넘나들며 악령에게 고통받는 부마자 희준의 얼굴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문우진은 가장 이질적인 존재를 가장 동적으로 연기해야 했고, 그것을 혼자만의 레이스에서 독단으로 달리지 않고 송혜교, 전여빈과 뜨겁게 호흡하며 함께 달린다. 권혁재 감독은 “매번 현장에서 오늘은 또 어떤 연기를 할까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했고, 송혜교는 “문우진의 눈을 보고 연기하면서 짜릿했던 적이 정말 많았다. 정말 연기를 잘해서 저도 모르게 칭찬한 적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극 중 유니아(송혜교) 수녀에게 온갖 포악한 말을 쏟아내는 희준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말의 감도가 세고 사악하다. 혀를 날름거리며 짐승처럼 포효하는 모습은 ‘엑소시스트’에서 보던 광기마저 서려 있어 소름이 돋는다. 그러다가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수녀님…”이라며 희준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는, 성한 곳 하나 없이 너덜너덜해진 소년의 가녀린 순수가 느껴져 마음이 욱신거린다.
희준은 ‘검은 수녀들’의 가장 큰 공포이자 가장 큰 슬픔이다. 악령이 빙의했을 때는 더없이 무섭다가도,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없이 안쓰러운 마음을 들게 한다. 이 어린 배우는 ‘검은 수녀들’에서 차고 넘치게 자신의 몫을 해내며, 문우진이라는 이름을 대중에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소년은 벌써부터 폼이 차고 넘치게 좋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우리 갑순이', '행복을 주는 사람', '왕은 사랑한다', 수상한 파트너', '도둑놈, 도둑놈', '명불허전', '이름 없는 여자', '밥상 차리는 여자', '의문의 일승',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 '데릴남편 오작두',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리와 안아줘', '라이프 온 마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뷰티 인사이드', '강남 스캔들', '열혈사제', '킬잇',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나의 나라', '악마판사', '무인도의 디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트리거' 등 절반밖에 읊지 못한 수많은 출연작에서 그의 찬란하고 성대할 가능성을 본다.